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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현대차그룹 '성장 미스터리'

동상이목(同想異目)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부국장 겸 산업부장 |입력 : 2017.09.0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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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현대차그룹 '성장 미스터리'
2000년대 중반 현대·기아차그룹을 출입하던 시절, 정몽구 회장은 수시로 경영진이나 임원을 갈아치웠다. 물론 그전부터 그랬다. 언론들은 깜짝인사, 수시인사, 럭비공인사 등 각종 수식어를 갖다 붙였다. 경영에 문제가 생기거나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인사를 단행해 긴장과 변화를 주는 스타일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이런 인사가 조직에 안정감을 줄 리 만무했다. 측근들의 과도한 충성경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심지어 잘려서 집에 간 임원도 언제 다시 부를지 몰라 다른 곳에 취직도 안 하고 양재동 사옥만 쳐다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현대차그룹은 그 와중에도 잘 나갔다. 무언가 치밀해 보이지 않는데 생각보다 흔들림이 없다.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오너가 옥고를 치르면서 잠시 ‘자해공갈’을 할 때 빼곤 ‘글로벌 톱5’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갔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찾아와도, 노조가 매년 파업을 해도 눈부신 약진을 거듭했다. 당시 현대차그룹 사람들을 만나면 “정몽구 회장의 럭비공인사와 글로벌 톱5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논문을 한편 썼으면 좋겠다”는 진담이 반쯤 섞인 농담을 건네곤 했다.

‘현대차의 경영달력은 11개월밖에 없다’는 말은 당시에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노조가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반복하다 보니 아예 연초부터 파업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짠다는 얘기다. 심지어 새해 벽두부터 파업을 한 적도 있다. 언론은 몇 년째 파업, 누적손실 얼마 등의 뉴스를 쏟아냈다. 수천, 수만 대의 차를 만들지 못해 손해가 막심했다. 그런데도 결산을 해보면 실적은 좋아졌고 글로벌 시장에서위상도 높아졌다. 귀족노조란 비판은 다음 해 파업 때까지 다시 묻혔다. 이 역시 ‘논문’ 감이다.

참 이상하다. ‘귀족’ 소리를 듣는 노조가 매년 파업을 하고,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현대차그룹은 늘 질질 끌려다닌다. 막대한 생산차질이 생겼다는데 매출이 늘고 이익도 증가했다. 파업으로 중단된 일감은 잔업, 특근으로 해결하고 근로자들은 그만큼 수당을 더 받는다. 그 수당이 연봉을 높여주는 가장 큰 요인이다. 어찌 보면 계속 차가 잘 팔렸기 때문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가파른 성장이 각종 안팎의 변수, 악재를 묻어버렸다.

최근엔 더 궁금해졌다. 앞으로도 ‘논문 주제’를 양산하며 성장을 거듭해나갈 수 있을까. 노조의 연례파업 같은 ‘상수‘(常數) 외에 심각한 실적부진, 사드사태, 통상임금소송 파장 등 악재에 악재가 쌓인다. 중국 문제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 이슈도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위원장은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은 채 시간만 낭비한다”며 오래 기다리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아니 머리끝이 쭈뼛해지는 얘기다. 실제로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불안하다.

과거에는 정 회장의 깜짝 인사가 ‘어느날 갑자기’ ‘즉흥적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걸 결과적으로 ‘실적’이 설명해줬다. 이 실적이 매년 파업하는 노조에 ‘귀족’ 꼬리표를 계속 달아주는 원동력이다. 그런데 이젠 그 ‘미스터리’를 풀어줄 버팀목이 사라져가고 있다. ‘성장’에 묻혀온 악재들이, 적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이대로 가면 노조가 매년 파업을 할 때마다 그토록 거추장스러워 하던 ‘귀족’ 소리를 더이상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경영진 역시 ‘전략의 실패’를 자인하며 괴로워할 날이 올 수 있다. 폭풍전야가 아니라 이미 폭풍 속으로 들어가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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