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투자 전성시대…해외펀드 100조·주식직구 10조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박스권 장세를 피해 나라 밖으로 발길을 돌린 해외 직·간접 투자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증시 강세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해외 투자 자산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내면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주식, 채권, 파생, 부동산 등을 포함한 해외투자 펀드(해외자산 편입비중 60% 이상) 설정액은 100조227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혼합형(해외자산 편입비중 30% 이상 60% 미만) 펀드까지 합치면 규모는 113조4766억원으로 늘어난다.


혼합형을 포함한 해외 펀드는 중국 투자 열풍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 2008년 한 때 85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국가 부도 우려 여파로 자금이 줄어 2011~2014년에는 50조~60조원대로 쪼그라들었고 2015년이후에 다시 증가세를 탔다.

해외 펀드 자금이 증가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 펀드 대비 수익률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최근 3년, 5년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77%, 48.06%를 기록한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8.19%, 19.27%에 그쳤다. 여기에 국내 증시가 박스권을 뚫은 올해 역시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9.49%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 11.64%를 앞질렀다.

해외 펀드 투자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에 비해 달라진 점은 당시에는 해외 펀드 가운데 혼합형 펀드 비중이 5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10%로 줄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해외자산 편입비중이 60% 이상인 펀드가 전체 펀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과거에 비해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성향이 적극적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다만 해외 주식형 펀드는 해외 비과세 펀드 도입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지만 17조원 규모로 2008년 60조원대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으로 위축됐다. 주식형 펀드를 제외한 채권, 파생, 부동산, 특별자산, 재간접 투자형 등 다른 유형에서는 모두 자금이 증가했다. 특히 저금리, 저성장 대안으로 대체투자 필요성이 부각되며 부동산 펀드 설정액이 26조원으로 5년전 보다 20조원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밖에 이전까지는 해외 펀드 자금의 대부분이 외국계 자산운용사에 쏠려있었다면 현재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펀드 설정액은 25조42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한국투자신탁운용(8조6700억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6조3800억원), 삼성자산운용(6조2800억원), KB자산운용(4조1200억원) 등이 이었다. 슈로더투신운용, 피델리티자산운용, AB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등 외국계 운용사의 해외펀드 운용자금은 1조~2조원 사이에 그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과거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본사에서 운용되던 펀드를 들여와 큰 인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국내 운용사들도 해외 펀드를 운용할만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 외에 해외주식 직접 투자도 늘고 있다.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모든 주식을 합산한 실현손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에서 양도소득세 22%를 분리과세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절세 측면에서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직접투자 잔고는 78억1600만달러(한화 8조9000억원)로 올해 10조원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미국 주식 잔고가 33억3400만달러(한화 3조7700억원)로 40% 이상을 차지하고 일본, 홍콩, 중국주식 잔고가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