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용 사건' 고문 끝 강제 예편한 대령…44년만에 명예 회복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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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부 시절 발생한 '윤필용 사건' 당시 구타와 전기고문 등을 당한 끝에 전역한 육군 대령이 '전역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이겨 44년만에 억울함을 벗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1973년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황모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윤필용 사건은 1973년 4월 윤필용 당시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은 일이다.

이 일로 윤 전 소장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이등병으로 강등돼 옥살이를 하다 1975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그와 가까운 장교들도 대거 군복을 벗고 쫓겨났다. 이들 중 일부는 2000년대 이후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이 사건에 연루된 황 전 대령은 1973년 4월 3일부터 6일까지 육군 3군단 보안부대로 연행돼 조사관으로부터 윤 전 소장으로부터 받은 지령이 무엇이냐고 추궁받았다.

전기고문과 물고문, 구타 등에 시달린 황 전 대령은 '예편원을 쓰지 않으면 여기서 나갈 수 없다'는 말에 전역지원서를 쓰고 풀려났다. 하지만 그 해 4월18일에도 보안사령부 서빙고분실로 연행돼 고문을 당했다.

이후 황 전 대령은 지난해 12월 "의사결정의 자유가 박탈된 강박 상태에서 전역 지원서를 작성했기에 전역 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국방부는 "황 전 대령의 청구는 너무나 뒤늦게 제기됐기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황 전 대령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실효기간의 길이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양 측의 사정을 고려해 사회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황 전 대령은 전역 처분이 무효라고 할 수 없었던 장애 사유가 있었다"며 "상당한 기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해서 전역 처분의 무효 주장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전역 처분이 무효라고 해도 급여 청구권 등의 소멸시효가 끝나 황 전 대령에게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 주장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한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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