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 대안도 부족 지적…與 "원론적 답변말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종교·역사관 논란에 휩싸인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자가 중소·벤처기업 분야의 전문지식과 대안조차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됐다. 청와대의 인사 부담을 고려해 정책질의에 치중했던 여당 의원들마저도 박 후보자의 답변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각종 정책질의에 원론적인 답변이나 동문서답으로 일관해 눈총을 샀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세계 240개 유니콘 기업 중 우리나라는 2개밖에 없는 문제는 왜 일어났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전문인력의 창업 기피를 전제로 "인식과 환경의 문제"라는 다소 밋밋한 대답을 내놨다. 박 의원이 "어떤 변화가 필요하느냐"며 구체적으로 질의했지만 그는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며 "연구라는 것은 자기 자식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 진단과 다른 엉뚱한 답변이 이어지자 박 의원은 "나중에 보충하시라"며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전문기관 양성과 공유경제 활성화 등 직접 해법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비슷한 상황은 이후에도 반복됐다. 박 의원은 자신이 제시한 해법에 덧붙여 정보이용에 대한 의견을 물었으나 박 후보자는 "규제는 반드시 혁파돼야 공공데이터나 신사업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풀지 않으면 할 수 없다기 때문에 반드시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변을 이어갔다.

박 의원이 "원론적인 답변을 하지 마시라", "전문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박 후보자는 "실리콘벨리에 우수한 젊은이들이 많이 가 있다", "이들을 데려오려면 규제를 완화하고 꿈을 심어줘야 한다"며 이상적인 답변을 늘어놨다.


다른 의원의 질의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현황을 소개하면서 "많은 중소기업 CEO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변했다"며 "(이런 불만을 해소하려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겠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직원들이 현장 목소리를 듣고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송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해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라며 여러차례 질문의 요지를 전달했지만 박 후보자는 "질문의 핵심을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리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보완제도인 의무고발요청제도의 실효성이 낮은데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보복 우려나 법적 대응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무고발요청을 함에도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처간 문제를 의무고발요청조차 기피하는 중소기업 CEO 관점에서 답변한 것이다.

박 후보자의 논점과 거리가 있는 답변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어기구 민주당 의원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대변자로서 대기업과의 양극화 문제와 힘있는 부처 장관들을 상대로 부처간 중복사업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되는지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미국과 같이 라운드테이블을 만들고 중소기업 기술보호 변호사들이 성장해야한다"며 "부처간 문제도 정책심의위원회를 만들어야겠지만 가장 큰 원칙과 비전이 있으면 (부처간 중복사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상황이 이렇자 장병완 산자중기위원장이 나서 구체적인 재질의에 나섰지만 분위기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장 위원장은 "여타 부처들과의 기능조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라며 미래부로부터 인수한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산자부로부터 인수한 테크노파크의 대기업 지원 단절과 인프라 부족 문제의 해법을 요구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는 "테크노파크는 중소기업·소상공인으로 특화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액셀러레이트 기능을 더해 창업생태계를 만드는 쪽으로 특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장 위원장은 "기관의 역할분담이 통폐합 없이 가능하겠느냐는 얘기"라고 질문을 정리했지만 박 후보자는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관계를 갖지 않고 성장할 수 없기에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