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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허준과 특수학교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사회부장 |입력 : 2017.09.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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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7월 네덜란드의 ‘안네의 일기’ 등 총 35점이 세계기록유산에 새롭게 등재됐다. 이중 단연 눈에 띈 것은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서 동의보감이었다. 의학서가 등재된 것은 처음이었다.

1596년 조선의 백성은 도탄에 빠졌다. 임진왜란과 천연두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 당시엔 대부분 중국 의학서다 보니 우리 체질에 맞지도 않았다. 내용도 어려워 백성이 활용할 수 없었다. 선조는 우리만의 새로운 의학서 집필을 명했다.

1610년 광해군 3년 동의보감이 72세의 의원에 의해 완성됐다. 총 5편, 25권의 방대한 분량이었다. 조선 실정에 맞게 독창적인 새로운 의학체계가 정립됐다. 특히 모든 백성이 쉽게 찾아 사용할 수 있게 637종의 약재에 한자와 한글을 함께 기록했다.

당시 의술이 앞섰던 중국의 사신들은 조선에서 꼭 가져가야 할 품목으로 동의보감을 꼽았고, 일본에서도 의학의 표준적인 모범을 여기에서 찾았다.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 수십 차례 간행됐을 정도로 동의보감은 오늘날까지 동아시아의 대표적 한의학서로 꼽힌다. 동의보감을 지은이가 서울 강서구에서 태어난 허준이다.

# "국립한방병원 건립해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앞에 서울 강서구의 장애인 아이를 둔 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아이들을 위해 (특수)학교 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눈물 섞인 호소도 소용없었다. 2015년 동대문구 제기동의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 설립 추진 당시에도 그랬다.

강서구의 논란은 우리 사회의 후진성과 품격의 수준을 보여준다. 서울에는 장애인 특수학교가 2002년 이후 15년 동안 단 한 곳도 신설되지 못했다. 주민들 반발 탓이다. 그 결과 특수교육 대상자 1만3000여 명중 35% 만이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시 교육청은 2013년 공진초 이전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계획했지만, 3년째 폐교된 채 방치됐다.

주민들 반발은 집값 때문이다. 어디 이 곳 뿐인가. 오죽하면 교육부가 특수학교와 집값은 관계없다는 조사까지 했을까. 이런 근거 없는 주장도 문제지만, 주민들 의견을 구실삼아 님비(Not In My BackYard :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에 앞장서는 정치인의 행태는 더 심각하다.

건립 계획도 없던 한방의료원이 가양동 주민들의 숙원사업이 된 것은 정치인의 총선 공약 탓이다. 허준의 출생지라는 이유가 컸다. 공진초 부지는 도시계획법상 학교용지로 한방의료원을 짓기도 힘들다.

인권은 사람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다. 모든 아이들은 차별 없이 배울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아이들이 인권을 누리는 것은 왜 이리 고통스러워야 할까. ‘장애인을 혐오하진 않지만 우리 동네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반대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편견이 뿌리 깊이 내재한다.

비장애인도 모두 잠재적인 장애인이다. 언제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제 숨이 끊어지기 전 제 아이를 먼저 데려가 주세요”란 장애 아이 어머니들의 고통스러운 기도를 언제까지 외면해야 하나. '이해'와 '공존' 속에 성숙한 시민 의식이 싹튼다. 이를 딛고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 아닌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밀알학교는 특수학교와 지역 주민 간 공존의 모범으로 꼽힌다. 이곳도 1990년대 후반 건립을 두고 아이들의 교육침해 등을 내세운 지역주민과 극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법원은 “주민들의 아이들이 받는 불편함은 정서장애아가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받는 불편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며 “물리력을 동원한 학교설립 방해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고,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처사”라고 꾸짖었다.

#강서구는 허준 테마거리를 조성했고, 매년 10월 축제까지 연다.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알리고, 집념 어린 그의 '장인정신'과 ‘애민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모든 환자를 불쌍히 여긴 허준의 사명감은 인간에 대한 기본적 애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없어도 그만인 의료원이 아니라 허준의 정신이다. 공진초는 테마거리의 중간쯤 있다. 자신의 사후 400여 년. 이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리 사회 님비와 장애인 혐오의 민낯을 보고 허준은 무슨 생각을 할까.
[광화문]허준과 특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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