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대책 불구 가계대출 고공행진… 신용대출 급증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가계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이 조금 줄었지만 인터넷은행 출범 영향 등으로 신용대출이 역대 가장 많이 늘었다.

12일 금융위원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금융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8월(14조3000억원)과 비교해 5조5000억원 줄었으나 올해 1~7월 월평균 증가액(7조3000억원)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8월말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8월말 기준 744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5000억원 증가했다.

상품별로 주택담보대출이 3조1000억원,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조4000억원 각각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전월보다 1조7000억원 줄었지만 기타대출은 1조5000억원 더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타대출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많이 불어난 것은 2011년 5월 이후 6년3개월 만이다.

특히 은행 기타대출 증가폭은 직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1월(2조7000억원)보다도 7000억원 확대됐다.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한 2003년 7월(2조6000억원)과 비교해도 80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은 관계자는 “휴가철 자금수요와 맞물려 일부 은행의 금리우대상품 출시, 인터넷 전문은행 영업개시 등의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이 증가했다”며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7월말부터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 개인 신용대출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와 함께 최근 KB국민은행이 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금리우대상품을 새로 출시한 것도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로 낮췄으나 실제로 대출 규제가 시행된 것은 은행업 감독 규정이 바뀐 23일부터다. 이 기간에 미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8월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상호금융 9000억원 △보험사 4000억원 △저축은행 4000억원 △여신전문회사 6000억원 각각 늘었다. 증가 규모는 올해 7월보다 5000억원, 지난해 8월보다 3조4000억원 각각 줄었다.


정부는 8·2 대책 효과가 9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된 LTV·DTI가 적용되자 실제로 관련 대출 건수도 감소했다. 금융위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 신청건수가 8월 1일~22일 일평균 1092건에서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인 23일~31일 464건으로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10월 발표될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 관리대책도 향후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올해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80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8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8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조2000억원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2015년(118조원)과 2016년(141조원)은 정부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한은 금리인하로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한 기간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상 하반기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하반기 분양물량 증가로 집단대출 확대, 신용대출 등으로의 풍선효과도 우려된다”며 “가계대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필요시 추가 현장점검 등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