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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도시적 동물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입력 : 2017.09.14 07:19|조회 : 8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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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시평]도시적 동물
정치학이란 말을 만든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을 ‘정치적 동물’로 불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는 폴리스(polis)의 동물, 즉 ‘도시의 동물’이라 했다. 그가 사람을 ‘도시의 동물’로 부른 것은 도시의 정치를 통해 내면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는, 즉 자아실현을 이룩하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은 인간다움의 실현, 사람의 번영, 인간행복의 최종 구현 등의 의미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정치학은 윤리학과 구분되지 않았다. 함께하는 소통과 합의를 통해 공동선을 추구하는 가운데 도시에서 우리는 함께 사는 사람의 번영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정치적 삶을 살지 않는 도시 밖 사람들을 야만인이라 불렀다.

인류의 역사는 과연 진보하는가? 그리스 시대의 자발적 정치공동체인 폴리스와 견주면 오늘날 우리가 도시에서 꾸리는 삶(의 방식)을 보면 결코 나아졌다고 볼 수 없을 것 같다.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살지만 우리는 함께 사는 터전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또 그렇게 만드는 데 생각도 준비도 부족한 것 같다. 최근 서울시 강서구에서 빈터가 된 초등학교 부지에 장애우 학교를 건립하는 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역사엔 진보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주민들도 반대할 이유가 있고 또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잘못된 정보, 불충분한 논의, 정치적 호도 등으로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방병원을 더 원한다”는 일부 주민의 주장은 합리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욕을 해도 괜찮고 때려도 괜찮지만 학교는 포기할 수 없다”는 한 장애우 부모의 주장에 “쇼한다, 당신이 알아서 하라, 왜 그게(학교가) 하필이면 여기냐”등과 같은 반대 주민들의 야유 섞인 반발은 일말의 동정마저 싹 가시게 했다.

해당 부지는 법적으로 학교(시설)용지고 교육청 소유다. 그곳에 학교 이외 시설을 설치하려면 도시계획적으로 이른바 용도변경을 해야 가능하다. 서울시 교육청이 입안하고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심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한방병원 설립은 그야말로 ‘가공의 희망’일 뿐이다. 이러한 ‘가공의 희망’을 특권같이 여기면서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온당한 권리주장을 떼거지로 윽박지르고 조롱하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도시 밖 ‘야민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렇게 전도된 주장을 계속 한다면 이들은 도시에 살 자격이 없다. ‘도시적 동물’, 즉 ‘정치윤리적 동물’이길 포기하기 때문이다.

도시가 삶의 중심이 되면서 도시 거주자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살 권리가 있다고 프랑스 도시철학자 ‘앙리 르페브르’는 1968년 책을 통해 주장했다. 2016년 유엔 ‘하비타트’ 총회는 ‘모든 사람을 위한 도시’(cities for all)를 위해 도시 거주자 누구에게나 ‘도시(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결의했다. 내 건강을 위해 동네에 한방병원을 건립하자는 막연한 권리주장으로 학교가 들어서지 못함으로써 이웃인 장애인의 교육권이 박탈할 수 없는 법이다. 법규범으로도, 정책으로도, 현실적으로도 가당치 않은 것이다. 지난 15년간 서울시 교육청은 주민들의 막무가내 반발로 특수학교 한 곳도 설치하지 못했다. 우리의 도시를 함께하는 터전으로 만드는 걸 포기해왔던 것이다. 이번을 끝으로 우리는 더불어 살면서 사람의 번영을 함께 도모하는 진정한 도시적 동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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