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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 증거인멸 혐의' KAI 임원 구속영장 기각…수사 난항(종합)

법원 "타인 형사사건 증거 인멸했다는 점 충분히 소명 안돼" KAI 관련 5번 구속영장 청구 중 3번 기각

뉴스1 제공 |입력 : 2017.09.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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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은지 기자 =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임원 박모씨가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잘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9.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KAI(한국항공우주산업) 임원 박모씨가 1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잘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17.9.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직원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KAI 상무급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KAI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현재까지 청구한 5건의 구속영장 가운데 3건이 기각되면서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증거인멸 교사 혐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씨가 받고 있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서 증거를 없애거나 위조,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범죄다. 자신의 범행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런 법리적인 이유로 박씨에게 증거인멸교사가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어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는 것이 강 판사의 판단이다.

박씨는 날개가 동체에 고정된 '고정익' 항공기 분야 개발사업 담당 임원으로 검찰이 분식회계 조사에 들어가자 관련된 중요 증거를 골라낸 다음 직원들에게 이를 파쇄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씨가 파쇄하도록 지시한 문건은 KAI의 분식회계를 입증할 핵심 문건으로, 하성용 전 사장에게 보고되는 문건인 것으로 보고있다.

KAI 고정익 항공기 사업에는 18조원 규모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하성용 전 대표 재임 시절 KAI가 사업 이익을 선(先)반영하고, 회수되지 않은 대금을 정상적인 수익으로 잡는 등의 방식으로 경영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근 KAI 본사 등의 압수수색 당시 확보한 회계장부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정황을 포착해 KAI 측에 특정 자료를 요청했다. 실무진이 이를 제출하려고 하자 박씨는 관련 자료 일부에 대해 파쇄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서울사무소.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 서울사무소.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지난 7월14일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KAI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며 강제 수사에 돌입한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총 5번이다. 이 중 2차례 영장이 발부되고 3차례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이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윤모 전 KAI 생산본부장에 대해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달 15일 허위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342억원의 사대기출을 한 혐의를 받는 KAI 전 협력업체 대표 황모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3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첫 KAI의 현직 간부급 인사였다. 법원은 8일 유력인사들의 청탁을 받고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이모 KAI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해 "기본적 증거자료가 수집돼 있으며 주거가 일정한 점을 종합하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국정농단이나 적폐청산 등과 관련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검찰의 사명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전담법관이 바뀌어서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서울중앙지검 측의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며 공방을 벌였다.

검찰과 법원이 공방을 벌이던 날 진행된 4번째 영장심사의 결과는 구속영장 발부였다. 100억원대 원가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 공모 본부장에 대해 법원은 "피의자의 범행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이날 또다시 현직 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당분간 검찰과 법원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될 전망이다.

KAI의 간부급 인사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검찰의 KAI 수사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연임을 위해 분식회계 등을 직접 지시하거나 묵인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하 전 대표도 불러 경영비리 의혹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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