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실시간 속보

경제신춘문예 (~12.08)KMA 2017 모바일 컨퍼런스 (~11.23)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미완의 금감원 채용비리 판결…"형벌권의 불공평한 집행" 논란

실형 받고도 구속 면해…전문가 "특혜로 볼 수 없어" 주동자 없이 조력자만 '실형'…전문가 의견 갈려

뉴스1 제공 |입력 : 2017.09.14 05:35
폰트크기
기사공유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찝찝함이 남는다. 두 사람이 이 범행으로 얻는 이익은 거의 없다. 정작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도록 '방아쇠' 역할을 따로 한 사람은 따로 있으나 처벌을 할 수 없어 '미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수일 금감원 부원장(55)에게 징역 1년을,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구 전 부원장보(55)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6월 금감원에서 변호사를 채용할 당시 임영호 전 국회의원 아들 임모 변호사(34)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채점 기준을 변경하고 점수를 조정하는 등 특혜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채용 평가항목과 배점 기준을 유리하게 변경해 임씨를 서류전형에 합격시키고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하게 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김 부원장은 "금감원에 30년 청춘과 인생을 바친 내가 그런 일을 벌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항변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류 판사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류 판사는 "실제로 임 변호사에 대한 서류전형 평가 기준과 평가 등급이 수차례 변경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우리나라 금융을 검사·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에서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은 우리나라 금융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이날 선고에서 나타난 두 가지 '특이점' 때문이다.

◇실형 받고도 구속은 '유예'…법조계 "특혜로 볼 수 없어"

재판부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두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은 유보했다. 류 판사는 "두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확실하고 재판에 성실히 임한 점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 자리에서 구속하지 않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즉각 '특혜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실형을 선고받은 순간 구속돼 항소심을 이어가는 것이 상식"이라며 "유독 정치인이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진 기득권에게 후한 대우를 베푸는 사법계 특유의 '예우 관례'가 반복됐다"고 질타했다.

일반인의 경우 실형이 선고되는 순간 구속돼 수감되지만 구속 시기를 늦춰 신변을 정리할 시간을 주는 편의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유보하는 일은 더러 있는 일"이라며 "재판부가 특혜를 베풀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법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 2008년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률 민주당 의원에 대해 항소심이 유죄판결하고 실형을 선고했지만 김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가진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며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구속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속 결정은 재판부의 판단"이라며 "여러 이유를 고려해 재판부가 (법정구속 유보를) 결정한 것을 특혜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진단했다.

법률사무소 비앤아이 백성문 변호사도 "신분이 확실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은 사람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을 때의 이익까지 고려해 구속을 유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법정구속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함부로 특혜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 News1
© News1

◇주동자 빠진 '유죄'…전문가 "형벌권의 불공평한 집행"

두 번째 논란은 재판부가 선고 끝에 덧붙인 '아쉬움'에서 촉발됐다. 김 부원장과 이 부원장보에게 양형 이유를 설명한 류 판사는 문득 "선고는 마쳤으나 찝찝함이 남는다"며 운을 뗐다.

그는 "두 사람이 범행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거의 없고 정작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도록 '방아쇠' 역할을 한 사람은 따로 있으나 처벌을 할 수 없어 '미완'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검찰이 업무방해의 주체로 금감원장이 아닌 부원장을 기소했다는 것은 분명 금감원장의 공모혐의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명확하지 않은 지시를 내리는 이유는 크게 사후에 닥칠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거나 명확하지 않은 지시를 함으로써 하급자가 더 열심히 움직이도록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며 "김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의 혐의가 그 상급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으나 기소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해 '금감원 변호사 채용비리' 사건이 불거진 직후 김 부원장과 이 부원장보에게 특혜 채용을 '지시'했을 것이라고 지목된 최수현 전 금감원장(62)이 기소되지 않은 것을 겨냥한 말이다.

당시 세간에서는 최 전 금감원장이 채용비리 사건의 유력한 직접 당사자로 지목됐다. 비리채용의 당사자였던 임 변호사가 임영호 전 국회의원의 아들인 데다 임 전 의원과 최 전 금감원장은 행정고시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지면서 특혜채용 논란이 거세게 인 것이다.

검찰도 최 전 원장이 임 전 의원의 부탁을 받고 적극적으로 채용비리에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최 전 금감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끝내 찾지 못하고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김수일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임씨를 부당하게 서류전형에 합격시킨 부분에 대해 최 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며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선고 직후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주동자 최 전 금감원장은 무사하고 조력자만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최 전 원장의 '잘 챙겨봐라'는 말 한마디에서 비롯된 사건이지만 최 전 원장은 운 좋게도 기소되지 않고 그의 지시를 맹종한 김 부원장과 이 전 부원장보는 모두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 관계자도 "임 전 의원과 최 전 금감원장은 친구 사이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직접 관계자가 아니었음에도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며 "반면 직접 관계자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으니 일반적으로 이해가 잘 가지 않은 부분"이라며 류 판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 형법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A교수도 "국가의 형벌권이 상당히 불공평하게 행사된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A교수는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이 임 변호사와 어떤 이해관계가 있어서 채용비리를 주도했겠느냐"고 반문하며 "채용비리를 지시한 사람을 기소하지 않았다면 공소를 기각해서 처음부터 재수사가 진행됐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인이나 사회 고위인사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언제나 지적된 문제"라며 "그래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를 설치하라는 논의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섣불리 사법부를 비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백 변호사는 "정황이 많더라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이 충분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오후 김 부원장이 지난 11일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이로써 김 부원장은 퇴임하게 되지만 유죄가 확정될 경우 '징계면직'할 인사를 퇴직시켰다는 지적 나올 수 있어 논란의 씨앗은 남겨둔 상태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