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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vs 檢 충돌 점입가경…부글부글 '일촉즉발'

[the L] KAI 임원 구속영장 또 기각…전면전 비화 우려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한정수 기자 |입력 : 2017.09.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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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vs 檢 충돌 점입가경…부글부글 '일촉즉발'

구속영장 기각 문제를 놓고 불거진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검찰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 이후에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검찰이 공식 반박 입장을 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법원도 기각 사유를 상세히 설명하며 검찰의 여론전에 맞서고 있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까지 나서서 에둘러 우려를 표했다. 양쪽 모두 겉으론 확전을 자제한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언제든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라는 분석이다.

◇구속영장 또 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13일 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에 대한 자료의 파기를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로 검찰이 박모 KAI 상무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실장이 부하들을 시켜 파기한 자료에는 CEO(최고경영자) 보고 문건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원은 이례적으로 기각 사유를 길게 설명했다. 법원은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리적으로 증거인멸 교사 자체가 성립될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검찰의 반박 논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구속영장 기각 후 1시간여 지난 자정 즈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증거인멸죄는 자기가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되는 반면 증거인멸 '교사'죄는 인멸 대상인 증거가 자기가 처벌받을 형사사건에 대한 경우에도 성립된다"며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논박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논리는 '증거인멸' 혐의에는 적용되지만, 증거인멸 '교사'의 경우에는 적용될 수 없다는 반론이다.

또 검찰은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것인데, 박 실장은 재무제표 작성을 담당하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분식회계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없는 부서 실무직원들에게 분식회계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증거서류를 직접 골라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박씨가 증거인멸을 교사했고 예컨대 A씨가 증거를 인멸했다면 법원은 A씨가 자신의 형사 책임을 덜 목적으로 실제 증거 인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이 경우 죄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교사범도 죄가 없게 돼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A씨가 분식회계 등 형사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으로 보이지만, 그건 사실관계 인정의 문제"라고 했다. 법원이 '모호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형사소송법 취지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겉으론 확전 자제, 속으론 격앙

이날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지난 8일 벌어진 충돌의 연장전으로 해석된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명박정부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수사와 관련,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 전·현직 간부 2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같은 지검 방위사업수사부가 청구한 KAI 경영지원본부 임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발끈한 서울중앙지검은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자료'를 통해 법원을 비판했다. 검찰은 "지난 2월말 서울중앙지법에 새로운 영장전담 판사들이 배치된 이후 주요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한 국민 이익과 사회정의에 직결되는 핵심 수사의 영장들이 거의 예외 없이 기각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영장 기각은 이전 영장전담 판사들의 판단 기준과 차이가 많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 외에 또 다른 요소가 작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는 수위 높은 비판도 담겼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형사공보관실 명의 입장문을 통해 "영장 발부는 재판을 거쳐 신중하게 수행하고 있다"며 "수사의 필요성만 앞세워 영장이 발부되어야 한다는 검찰의 논리는 헌법에 어긋난다"고 응수했다. 법원은 또 "(검찰의 입장 발표는) 향후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저의가 포함된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양 대법원장도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양 대법원장은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상이한 가치관 사이의 이념적 마찰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원이 행한 재판에 대해서도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며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으로 재판 독립에 대해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문제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검찰의 공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과 검찰이 공개적으로 서로를 겨냥해 비판을 주고받는 것은 지난 2006년 론스타 사건 이후 처음이다. 표면적으론 두 기관 모두 갈등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숨은 뜻이 있는 게 아니고 그게 전부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일선 검사와 판사들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감정의 골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이 서면으로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히려) 영장기각이 된 게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 기각이) 이례적인 사건이어서 (검찰 발표로) 이례적으로 대응했다. 보통 사건이었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검찰이 최근 통계까지 검토한 뒤에 대응한 것"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혐의와 그에 따른 형량 등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당연히 구속영장이 발부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마음 같아선 (영장을) 즉각 재청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른 검사는 검찰의 입장문을 두고 "수사팀에서 직접 쓴 걸로 안다"면서 "위에서 문제가 될 것 같은 부분을 전부 삭제하고 윤문했는데 그 정도 수위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들은 검찰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영장을 기각할 만해서 기각하는 건데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싸우자는 것밖에 안되는 것"이라며 "구속영장 재판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꼼꼼히 따져본 뒤 구속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발부하는 것인데 검찰은 자신들 수사의 필요성만 앞세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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