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지난 옷 반품'…납품업체에 갑질한 백화점 패소 확정

뉴스1 제공

(서울=뉴스1) 최동순 기자 =

2년 지난 옷의 반품을 요구하고 그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한 백화점에 대해 대법원이 계약이 불공정해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거제의 한 백화점을 운영하는 대규모 소매업자 D산업이 의류납품업체 N사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D산업과 N사는 2012년 9월 판매 후 남은 재고품을 반품하는 조건으로 '특정매입거래계약서'를 체결한 뒤 거래해 왔다. 이후 D산업은 N사가 상품대금 반환채무 중 일부를 지급하지 않자 나머지 금액 8184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이들의 계약이 공정거래법상 '지위의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채무상환 약속이 무효라고 봤다. 재판부는 "반품을 전제한 특정매입거래는 백화점 등이 납품받은 물품을 판매한 뒤 일정 마진을 공제한 나머지를 납품업체에 지급하는 거래 형태"라며 "D산업이 물품대금 전부를 납품업체에 지급한 점, 주기적인 반품이 없었던 점 등으로 볼때 이들의 거래는 '특정매입거래'가 아닌 '직매입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직매입거래에서 대규모소매업자가 납품업자에게 상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품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불법행위의 실현을 위한 계약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이같은 1, 2심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D산업은 N사로부터 의류를 직접 매입한 것처럼 임의로 판매하고 정해진 마진율도 지키지 않으면서 재고를 반품하는 확약서를 작성했다"며 "이는 D산업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얻고 N사에는 과도하고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행위로, 이를 강제하는 것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