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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뚜껑 닫히자 모든 게 단절"…'임종체험' 해보니

[보니!하니!]잘살다 잘죽는 '힐다잉' 관심↑…죽음 대비하는 사람들 '북적'

머니투데이 모락팀 윤기쁨 기자 |입력 : 2017.09.24 06:20|조회 : 27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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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센터에서 임종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사진=윤기쁨 기자
힐링센터에서 임종체험을 하고 있는 사람들./사진=윤기쁨 기자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당신을 두고가는 건 두려워. 사랑한단 말을 왜 하지 못했는지, 왜 좀 더 같이 있어주지 못했는지 후회만 남아. 지금이라도 전하고 싶어. 혜진아 사랑해. 함께 세상 뜨자는 그 약속 못지켜서 미안." (유언서 낭독 중)

내일 죽어도 후회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죽음은 예고도 없이 불현듯 찾아온다. 고령화 시대에 힐다잉(heal+dying:마음 편히 살다 잘 죽는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여생을 즐겁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준비하자는 취지다.

지난 14일 오후. 죽음을 체험해보기 위해 기자가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힐링센터를 찾았다. 외국인·연인·직장인 등 10대부터 60대까지 약 30명이 '힐다잉'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임종체험을 하기 위해 모였다. 한달 8~10회 진행되는 임종체험에는 매달 300~350명이 참여한다. 직장인, 청년, 주부, 노년층부터 병이 있거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삶이 힘든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죽음을 경험해본 후 가족과 주변인의 소중함을 깨닫거나 남은 삶의 계획을 짠다.

한 50대 남성은 "죽을 때가 가까워 오니 생각이 많아지고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며 "바쁘게 살다가 놓친 것들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싶기도 하고 사람들이 추천해 임종체험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임종체험에 앞서 영정사진을 촬영했다./사진=윤기쁨 기자
임종체험에 앞서 영정사진을 촬영했다./사진=윤기쁨 기자
임종체험은 영정사진 촬영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은 어색한 표정을 짓거나 익살스런 미소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남은 가족들에게 어떤 모습을 남겨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나 먼저 갈게, 잘 살아라'며 농담을 건네는 사람도 있다. 인화된 영정사진이 신기한 듯 체험자들은 한참을 쳐다봤다.

잠시 후, '죽음'에 대한 강의가 시작됐다. '생전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주 표현할 것', '웃을 것'. 강의 도중 나온 영상에서 한 남성이 "평생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사랑과 행복을 아내가 죽기 직전에 알게 됐다. 이렇게 죽을 줄 몰랐다"라고 말하자 몇몇 사람들은 눈물을 훔쳤다.

관들이 놓여있는 장소로 이동하자 수의를 입은 체험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각자의 관 옆에 앉아 유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의 아버지, 어머니였음에 감사하고 당신들의 아들임이 자랑스럽습니다. 저승에 가서도 기도하겠습니다. 좋은 아들,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아니였어서 미안합니다. 나에게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체험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유언서를 낭독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임종체험에 사용된 실제 화장용 관. 벽면에는 영정사진과 화환이 놓여았다./사진=윤기쁨 기자
임종체험에 사용된 실제 화장용 관. 벽면에는 영정사진과 화환이 놓여았다./사진=윤기쁨 기자
화장용 관속에 입관할 시간. 엄숙한 분위기 속에 체험자들이 관 안에 누웠다. 기자가 팔짱을 낀 자세로 관에 눕자 팔다리가 자유롭게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비좁았다. 관 뚜껑이 닫히고 모든 풍경과 소리가 사라지자 세상과 단절된 듯한 외로움이 온몸을 감쌌다.

질식할 것 같은 답답함에 긴 한숨이 계속 나왔다. 그 순간 기자의 눈앞에는 주름지고 등이 굽은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젠가 찾아올 이별의 순간이 그려지며 코끝이 시큰했다. 마지막 떠나는 길이 이토록 외로울 줄 알았다면 더 잘해드릴 걸.

눈물이 흐를 듯한 기분에 관뚜껑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뚜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체념하고 기다리던 10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관 뚜껑이 열렸다. 관 안으로 쏟아지는 신선한 공기가 새삼 반갑고 고마웠다. 환한 불빛 속에 사람들을 둘러보자 '살았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옆사람과 "앞으로 잘 살아봅시다"라는 덕담을 주고받은 후 2시간 임종체험이 끝났다.

짧은 입관 시간에 아쉬움을 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진혜주씨(27)는 "강의보다도 유언서 낭독이나 입관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는데 이 시간을 더 늘린다면 죽음을 더 잘 성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힐링센터를 운영하는 정용문 센터장은 "임종을 앞둔 사람은 죽음을 준비하고,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허무한 죽음에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며 "임종체험은 자신이 죽고 남겨질 사람들을 떠올리고 나 자신과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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