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신약라인 베스트 시나리오는

항암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 항암신약 후보물질 펙사벡(Pexa-Vec) 개발업체 신라젠에 대한 관심이 무척 뜨겁다. 신라젠은 최근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셀트리온을 대신할 수 있는 주자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12거래일 동안 주가는 두 배로 치솟았고 증권가에선 펙사벡의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는 리포트까지 나왔다. 주가는 지난해 12월 상장 당시 공모가(1만5000원)보다 3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펙사벡은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인데 성공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한편에선 주가가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이 장밋빛 시나리오만 보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마주칠 숱한 변수들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회사도 지나치게 뜨거운 시장 반응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코스닥 9개월차…바이오 신데렐라로 급부상=신라젠은 지난해 12월 적자 기업이라도 기술성을 평가해 상장시키는 기술특례상장으로 증권시장에 입성했다. 당시 기술성은 최고 등급인 AA를 기록했다. 상장 당시에도 신라젠은 코스닥 차기 주도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장 관심에서 멀어져갔고, 주가도 9000~1만2000원 사이를 오갔다. 신라젠이 '바이오 신데렐라'로 급부상한건 지난달 31일부터다.

유안타증권은 12페이지 짜리 기업분석 리포트를 통해 간암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 펙사벡의 시장 가치가 1조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추가로 유방암, 신장암, 대장암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되면 시장 가치는 커질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임상2상 이하의 단계인 만큼 기업 가치에 미리 포함시키기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또 2013년 암젠이 간암치료제 넥사바를 개발하고 있던 오닉스(Onyx)를 12조원에 인수한 사례를 언급했다. 당시 오닉스의 시가총액은 1조원 수준이었는데, 10배가 넘는 12조원의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신라젠은 분석리포트가 많지 않고, 아직까지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제시한 증권사도 없다. 때문에 펙사벡 가치를 분석한 이 보고서의 여파는 상당했다. 리포트 발간 당일 주가는 8.71% 올랐고, 이후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조정없이 4만5800원(15일 종가)까지 급등했다. 상장 9개월만에 공모가 대비 205% 올랐다.

지난달 말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11위던 신라젠은 보름만에 CJ E&M까지 제치고 4위로 뛰어올랐다. 1~3위는 △셀트리온(15조6605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6조6840억원) △메디톡스(3조3359억원) 순이다.

상장 당시 신라젠은 2020년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체평가한 기업가치는 1조7300억원이었다. 현재 주가 기준 시가총액이 3조271억원이니 회사 기대치보다도 폭발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셈이다.


◇'1조가치 펙사벡' 남은 임상 절차는=신라젠의 급등세 중심에는 펙사벡이 있다. 펙사벡은 정맥 투여가 가능한 유전자 조작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다.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설계됐다. 우수한 효능에 비해 낮은 부작용으로 의료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임상 진행이 가장 빠른 적응증은 '간암'이다. 현재 글로벌 20개국 6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 2a상에서는 말기간암 환자의 생존율을 대조군에 비해 평균 7.4개월 추가생존 시키며 효과를 입증했다.

임상 3상을 위한 간암환자는 지금까지 약 200명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은 올해 말까지 600명의 임상 환자 모집을 완료하는 것이었지만, 올 상반기로 예상했던 중국 임상3상 허가가 7월로 늦어지면서 현실적으론 힘들게됐다. 이에 따라 2020년 펙사벡 상용화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신라젠은 600명의 임상 대상자 중에서 150~200명을 중국에서 모집할 계획이었다. 신라젠 관계자는 "중국 허가가 늦어진 것이 사드 영향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다행스럽게 임상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올 연말에서 내년 초사이 임상 환자 등록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3상은 수십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완료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환자 모집이 완료되면 임상 효능과 무용성에 대한 중간평가를 각각 한차례씩 진행하게 된다.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절차를 거친 후 품목허가신청(BLA) 승인을 받게 된다. 신라젠은 승인 예상 시점을 2020년 1분기로 보고 있다.

◇7개 파이프라인…베스트 시나리오 반영된 주가=펙사벡을 적용한 임상 파이프라인은 7개다. 신라젠은 간암 파이프라인 외에도 대장암, 신장암, 유방암 등 여러 적응증 임상시험을 병용요법으로 함께 진행 중이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것은 벡사벡 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이 상용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동락 한양증권 연구원은 "펙사벡 시장 가치는 기존 항암제 넥사바가 1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평가된 것"이라며 "주가 흐름에는 나머지 신약에 대한 기대감이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펙사벡과 화학항암제를 병용한 파이프라인은 유방암과 연조직육종을 대상으로 하며,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리제레논과 임상 1상 공동연구를 시작한 정맥주사요법은 신장암을 타깃으로 한다. 임상 1상 결과는 내년 상반기 나올 전망이며, 결과가 좋을 경우 기술수출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미국 국립암센터와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대장암이 대상이다. 트렌스젠과 공동연구하는 '펙사벡+옵디보' 임상과 '펙사벡+여보이' 임상1상 결과는 각각 2019년 상반기, 2018년 하반기에 나올 전망이다. 이 임상은 각각 간암과 고형암이 적응증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상장 당시엔 간암 파이프라인에만 집중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것이며 신장암, 유방암, 대장암 등으로 암종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신장암은 간암보다 시장규모가 4~5배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