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이 남겨둔 '애매한 땅'...50층 재개발 구역 묶여 '보석'으로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서울 성독우 성수동 소재 성수전략정비구역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50대 A씨는 최근 서울 성동구청으로부터 뜻밖의 통지문을 받았다. 20여년 전 별세한 시아버지가 보유한 사유도로(지목상 도로로 지정된 사유지)가 확인됐고 차남인 남편, 장남인 아주버니, 시누이 등이 상속권자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상속방식 및 상속인 확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지문에 적힌 땅은 50층 재개발이 가능한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위치한 10㎡ 남짓한 부지다. A씨는 “남편, 시댁과 논의해 어떤 게 가장 현명한 상속의 길인지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어떤 땅인지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소유자가 사망한 지 15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상속세 없이 공시지가의 3%에 해당하는 취득세만 내면 상속이 가능하다.

17일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상속인 설정 없이 장기 방치된 부지들의 상속권자 확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부지들은 기존 소유자가 주변 대지 매각 후 미처 팔지 못한 골목길 등 자투리땅이었다. 기존 소유자의 후손은 이 부지의 가치가 상승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주변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이곳에서 현재 도로 3.3㎡당 시세는 1500만~2500만원선이다. 재개발 입주권이 주어지고 거래가 빈번한 대지보다는 낮지만 도로치고는 높은 금액이다. 서울에서 희귀한 최고 50층 정비사업구역이기 때문이다.

도로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란 시각도 있다. 도로는 재개발시 원칙적으론 현금청산이 되지만 ‘90㎡ 이상’ 확보하면 재개발 입주권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도로를 전문으로 사들이는 매수자도 존재한다. 입주권이 필요하지만 소유한 도로면적이 아직 부족한 매수자를 만나면 ‘부르는 게 값’이란 전망도 나온다. 성수동 소재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도로를 소유한 사람이 있다면 일단 묵혀두라고 얘기한다”며 “도로 3.3㎡가 5000만~8000만원에 이르지 못하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성동구는 ‘장기 휴면, 미상속 토지 재산 지킴이 사업’을 펼쳤다. 민원인의 신청이 없어도 공무원들이 선제적으로 토지 상속인을 찾아주고 있다. 이를 위해 △소유자 사망일로부터 10년 이상 △소유자가 취득 후 30년 이상 경과한 토지 등에 대해 중점 조사를 실시했다. 과거 상속 재산은 주로 '장남'에게 돌아갔지만 자투리땅은 다른 형제·자매 등에도 기회를 줄 전망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상속권자들 중에선 형편이 어려운 막내에게 몰아주겠다는 의사를 피력하는 등 미담이 많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9월 17일 (19:4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