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새 4명 숨진 서울시공무원…"꿀직장이라고요?"

서울시청 청사에서 공무원들이 드나들고 있다./사진=뉴스1

"주말에도 출근하느라 못만난다고 하면 친구들이 거짓말하는줄 알아요. 공무원이 일도 적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지난해 3월3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서울시 조직문화를 재현한 상황극이 진행됐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자 조직문화를 바꾸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상황극에서 승진을 앞둔 고참 주무관은 주말에도 출근했다며 볼멘 소리를 했고, 다른 주무관은 노량진에서 공무원 수험생활을 할 때보다 서울시청에서 일한 뒤 더 삭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서울시 공무원들은 "내 이야기 같다"며 공감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잇따라 숨진 것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조직문화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무원은 편하다"는 외부 시선과는 달리 대다수 공무원들이 격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공무원 자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말부터다. 2015년 12월24일과 28일 나흘 간격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이 잇따라 투신해 숨졌고, 이듬해 5월 30대 공무원이 또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어 지난 18일에도 서울시청 직원 김모씨(28)가 자택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졌다.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2년새 서울시 공무원 4명이 숨진 것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8일 숨진 김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이 많아 업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말 숨진 두 공무원들도 17일 이상 초과근무를 하는 등 과로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서울시 공무원들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5급 공무원 A씨는 "통상 공무원들의 일이 편하고 꿀직장을 얻었다고 생각하는데 서울시는 시민 민원도 많고 일이 몰릴 때는 휴가는 고사하고 밤을 샐 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도 "시장님이 조직문화를 바꾸자고 한다고 해도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기 때문에 바꾸기 쉽지 않다"며 "서울시는 시민들의 요구가 많기 때문에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직원들의 업무 완화를 위해 직급과 경력별로 '업무분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3급 이상 간부는 15일, 4급 이상은 10일, 5급 이상은 13일 등 직급별 연가목표를 설정했다. 업무 외 시간에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업무지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안도 마련해 19일 통과시켰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무 외 시간에 문자·카카오톡 근절 조례안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잇따라 숨지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서울시도 계속해서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