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고' 中 IT 재고?…"반도체 사이클에 문제 없어"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와 SK하이닉스 (173,300원 ▼9,000 -4.94%)의 실적과 주가를 각각 사상 최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반도체 수퍼사이클' 지속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특히 사상 최고수준에 달한 중국 IT 재고액을 두고 '반도체 초호황기'에 제동이 우려된다는 신중론과 문제될 것이 없다는 긍정론이 맞선다.

◇中 IT 재고액 사상 최고…"업황 둔화 영향" VS "부품 재고와 달라"=19일 IT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중국 내 IT 재고액(완제품 기준)은 9913억위안(약 170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5년여 전인 2012년 1분기(5078억위안) 대비 약 95.2% 늘어난 규모다. 중국 IT 재고액이란 중국 내에서 생산된 PC나 스마트폰 등 모든 IT 기기의 재고액을 뜻한다.

늘어나는 중국 IT 재고액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세트업체들이 본격적인 성수기인 3~4분기를 앞두고 재고 물량을 늘린 것으로 보여진다"며 "만일 성수기에 예상만큼의 수요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반도체 부품에 대한 수요도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 반해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제품 재고와 부품 재고는 다른 차원"이라며 "중국의 경우 안팔리는 재고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초저가 시장에서 이를 소화시키기 때문에 현재의 중국 IT 재고액 수준이 반도체 수퍼사이클에 영향을 끼칠 요인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품재고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은 IT 기기 고사양화가 이뤄지면서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한 대를 팔더라도 과거에 반도체 부품이 하나 필요했다면 현재는 그 이상이 필요하단 뜻으로 해석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언제까지 IT 재고액을 늘려나갈지가 관건일 듯하다"며 "이르면 2018년 하반기부터 중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이 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꺾이는 시점에서 업황 둔화 속도를 더 부추길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시장 올해 사상 첫 1000억달러 돌파…"18년 하반기 시점 주목"=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 호황기가 올해 연중 지속될 지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현재는 내년 상반기까진 강세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한 편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D램 시장규모는 680억달러(USD·매출액 기준), 낸드 규모는 530억달러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총 규모는 1210억달러로 전망된다.

IHS마킷은 올 4월만 하더라도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1038억달러(D램553억달러, 낸드 485억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13조원)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약 5개월 만에 전망치를 16.6% 올려 잡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평택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이천 공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업황이 반전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과거처럼 설비투자 확대가 곧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반도체 가격 하락을 이끌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공정이 첨단화되면서 제품 하나를 만드는데 드는 시간, 작업단계, 공간이 늘어났다"며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설비투자는 공급과잉을 초래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설비투자(Capex) 10억달러(USD)당 D램 비트그로스(Bit Growth·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해 계산한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는 과거 4~6%에서 최근 1%대까지 낮아졌다"며 "과거 대비 투자 확대 효과가 생산량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업체들도 투자 계획을 수립할 때 매우 조심스러워지면서 가격 안정기와 호황기도 길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IT 수요는 과거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소비자 IT 기기가 이끄는 것이 아닌, 인프라/기업용 IT 수요가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빅데이터나 실시간 데이터 분석 요구가 증가한다는 점이 메모리반도체 가격 강세에 더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반도체 호황기가 2018년에도 지속될 지 여부는 내년 상반기쯤 가봐야 알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기술개발이 순조롭다면 2018년 연말부터 본격 생산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중국 메모리 이슈는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