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금융위기 뇌관"…도이체방크의 경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도이체방크 본사/사진=블룸버그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비관론자들은 또 다른 위기가 머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꼬리위험'(tail risk)이 한둘 아니라는 것이다. 꼬리위험은 발생 가능성이 적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충격이 불가피한 잠재적 불안요인을 뜻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 많다며 2~3년 안에 금융위기를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몇 가지 꼬리위험을 지목했다.


◇중앙은행 '대청산'=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청산'(Great Unwind)은 금융위기 때 도입한 통화부양책을 거둬들이는 걸 말한다. FRB는 이미 양적완화(자산매입)를 중단했고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양적완화로 불린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도 곧 시작할 예정이다. ECB와 BOE 역시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설 태세다.

도이체방크는 대 청산을 '미지(알지 못하는 것을 향한)의 여행'에 빗댔다.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취한 비상조치는 유례없는 것이다. 이를 거둬들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바닥난 실탄=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위기 대응력이 약해진 것도 문제다. 기준금리는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고 양적완화로 중앙은행의 자산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급격히 불어났다. 늘어난 부채로 정부 재정도 빠듯해졌다.


도이체방크는 다음 경기침체가 정부와 중앙은행이 45년 만에 가장 무력한 상태에서 발생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저인플레이션=주요국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 공세를 폈지만, 물가상승률은 대개 2%인 목표치를 훌쩍 밑돌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이적인 경기부양에도 물가상승세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건 믿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는 중앙은행들이 물가상승률을 높이기 위해 기습적으로 양적완화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 경우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탈리아 위기=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서 독일, 프랑스 다음 가는 경제력을 자랑하는 이탈리아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크다. 이 나라는 막대한 부실 채권을 안고 있는 은행권의 취약성 때문에 유로존의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에 더해 이탈리아에서는 유로존 탈퇴를 주장해온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이 세를 불리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경착륙=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도 제기됐다. 중국 경제가 지금까지는 경착륙 위기를 잘 피해왔지만 부채와 투자에 의존한 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도이체방크는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신용거품이 터지는 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도이체방크는 △경상수지 불균형 △포퓰리즘의 부상 △자산가격의 과도한 상승 △경기부양책이 안 통하는 일본 경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금융시장의 유동성 부족 등이 다음 금융위기를 촉발할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