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확대, 불붙은 SK '차이나 인사이더'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홍봉진 기자

중국의 사드 정국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이나 인사이더'(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서의 중국시장 접근 전략) 추진의 고삐를 더욱 죈다.

현지 기업 지분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생산기지 추가 건설 검토에도 나섰다. 국내 기업들의 현지 철수가 잇따르는 가운데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사드 정국 이후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창흠 SK머티리얼즈 (402,900원 ▼10,100 -2.45%) 경영혁신실장은 최근 중국 장쑤성 진장시를 방문해 중국 제 2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친하이타오 진장신구 당공위(중국공산당 중앙직속 공작위원회) 서기를 만나 2공장 건설 관련 논의를 나눴다.

이와 관련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현재 중국 2공장 건설은 검토 중인 단계"라며 "진장시 인근에 위치한 SK하이닉스 (170,600원 ▼9,200 -5.12%) D램 우시 공장 증설 등 중국 수요 확대 관련 대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공장 증설이 이르면 내년 말 완료된다는 점을 감안해 2공장 투자는 연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머티리얼즈의 2공장 검토는 올해 초 진장시 제 1공장 증설로 삼불화질소(NF3)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1000톤에서 1500톤으로 끌어올린 뒤 나온 한층 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이다. 삼불화질소는 반도체 제조 공정용 특수가스로 반도체 장비인 챔버 안의 잔류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된다.


지난해 SK가 OCI (93,700원 ▼800 -0.85%)로부터 인수한 반도체 소재 업체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웨이퍼 업체 SK실트론과 함께 '글로벌 종합 반도체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리는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룹 계열사 SKC (108,400원 ▼4,700 -4.16%) 역시 중국에 반도체 공정용 웨트케미칼(반도체 공정 중 미세 이물질을 제거하는 소재)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안에 건설이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SK그룹의 중국 투자는 현지 기업 지분투자 등을 넘어 생산시설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SK (161,300원 ▼700 -0.43%)(주)는 약 3720억 원을 들여 중국 2위 물류센터 운영기업 'ESR' 지분 11.77%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SK(주)와 SK이노베이션 (107,500원 ▼2,500 -2.27%), SK하이닉스, SK텔레콤 (51,000원 ▼100 -0.20%)은 약 1조4756억 원을 SK그룹의 중국 지주회사인 SK차이나에 출자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SK하이닉스는 중국 내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차이나에 1조1161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모두 지난 7월 한 달 간 이뤄진 투자 결정으로 사드 정국이 심화된 올해 재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중국 투자 사례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사드 정국에 오히려 투자를 확대하는 역발상으로 차이나 인사이더 가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국내 주요 기업이 현지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늘려 중국 정·재계와의 꽌시(關係)를 더욱 돈독히 하고 사드 정국 이후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출국금지 조치가 풀린 후 중국을 두 차례나 방문해 공산당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등 현지 투자를 위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최 회장의 역발상 투자가 중국의 마음을 움직여 현지시장에서 사드 보복으로 고전하는 국산 배터리업계의 활로를 뚫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부터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중국 정부는 올해 일본 업체들만큼은 보조금 명단에 다시 포함시켰다. 한국산 배제가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중국 배터리 공장은 가동 중단된 상태이며 삼성SDI (413,500원 ▼8,500 -2.01%)와 LG화학 (373,000원 ▼8,500 -2.23%) 현지 배터리공장 가동률은 한때 20%까지 떨어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 정세가 얽힌 사드 문제는 단기간에 쉽게 풀리기 힘든 데다 업종별로도 현지 이해관계가 천차만별"이라며 "투자확대 등 민간외교 차원에서의 접근도 고려해 볼 만한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