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기업 신한금융에 경고…은행권 '당황'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다. 재일동포 사외이사에 대해 검증을 강화하고 고문제도에 대해서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에 대해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 다양성 및 전문성 미흡을 이유로 경영유의와 개선 조치를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올초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에 대한 결과다. 경영유의와 개선 조치는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적 성격의 경징계지만 제재 내용이 신한금융의 강점으로 꼽히던 지배구조라 파장이 예상된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지배구조 관련해 △재일동포 추천 사외이사의 전문성 부족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의 자회사 경영자율성 위축 △투명하지 않은 고문제도 등에 대해 개선을 주문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재일동포 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에 대해 “관행적으로 전문 분야가 아닌 출신 지역별로 후보군을 관리하는 등 전문성 제고 노력이 부족하다”며 자격요건 검증 등을 주문했다. 다만 자격 문제 논란이 불거진 재일교포 출신 이흔야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이사는 지난해 사외이사로 선임될 때 신한금융이 아닌 다른 3개 법인에서 사외이사를 맡아 논란이 일었다. 상법상 상장사 사외이사는 최대 2곳까지 겸직이 가능하다. 이 이사가 선임될 당시 겸직했던 회사 중 2곳은 폐업했지만 법인 등록이 취소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 이사 선임이 적법한지 법무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으나 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권해석을 받지 못한 만큼 제재하기엔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법무법인에 의뢰해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은 후 이 이사 선임을 진행했다.


금감원은 또 신한금융 자경위에서 자회사 등의 경영진 후보를 심의해 추천하는 방법과 절차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자회사 등의 자율적 경영정책 및 내부통제 등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이유로 신한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도 문제 삼았다. 임추위가 지주회사에서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법규상 자격기준이 적합한지 여부만 검토하는데 검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사전 검토절차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임추위 운영을 개선하기 바란다”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고문제도 개선도 요구했다. 신한금융을 올초 한동우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고문운영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금감원은 “고문운영규정에 자문실적과 관리절차, 평가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적정성 평가 등 사후관리를 강화해 고문제도의 투명성 및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상임고문직도 문제 삼았다. 신한은행은 전임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을 퇴임 후 상임고문으로 위촉해 운영하고 있는데 금감원은 “객관적인 기준 없이 자문료 및 복리후생 사항을 은행장 전결로 결정하고 있어 불합리하다”며 “상임고문 위촉 절차 및 운영상 투명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지적에 은행권은 당황하는 눈치다. 신한금융은 은행권에서 가장 지배구조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른 금융회사가 벤치마킹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도 이름만 다를 뿐 신한금융과 비슷한 임원 후보 추천 제도와 고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문제도는 퇴직한 임원들의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금융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도 운영하고 있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퇴임한 임원들과 계약을 맺고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