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前경영진 체포에 분식회계 악몽? 주가는 '선방'

한국항공우주(KAI)의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 사장을 긴급체포,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달 감사의견 적정보고서 공시 이후 사그라든 분식회계 이슈가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주가는 견조한 흐름을 보여 그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20일 증시에서 한국항공우주 (52,600원 ▲1,300 +2.53%)는 전일 대비 0.32% 하락한 주당 4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경영진 체포 소식에도 주가는 약보합세를 보이며 선방했다. 장중한 때 전일 대비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KAI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이날 오전 2시쯤 하성용 전 사장을 긴급체포했다. 전일 오전 9시30분부터 17시간여 동안 조사하던 중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검찰은 긴급체포 배경에 대해 "하 전 사장의 조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임수재 및 회계분식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일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원가부풀리기 의혹 수사 과정에서 KAI의 분식회계 의혹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성용 전 사장의 연임을 앞두고 수주산업의 특징을 이용,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가 공개로 전환한 직후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1일 5만2500원에 거래를 마친 주가는 같은 달 14일 3만6900원까지 30% 가까이 하락했다. 분식회계 특성상 매출 추정의 근거가 되는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성이 깨진 탓이다.

주가가 반등세를 탄 것은 지난달 14일 장 마감 후 KAI가 반기보고서를 공시하면서다.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상반기 재무상태에 대해 적정 감사의견을 제시했다. 또 분식회계 논란 중심에 있는 2013~2016년 실적에 대해서도 회계 적용방식을 바꿔 정정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이 되레 늘었다는 결론을 냈다.

실적 정정 이후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KAI 임원들의 지분 매입 소식이 이어지며 주가는 4만원대 중반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검찰이 하 전 사장의 체포사유로 분식회계를 언급하면서 분식회계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이날 KAI 주가 역시 장 초반 1%대 약세로 시작했다. 전날 하 전 사장의 검찰 소환에도 강보합을 유지했던 것과 달리 다소 파격적인 긴급체포 카드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순매수세 등에 힘입어 주가는 전일 수준을 회복했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긴급체포소식이 파격적이긴 했지만 2달 이상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미 나온 이슈 외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라며 "하성용 전 사장의 개인비리 의혹에서 그칠 기대감에 주가도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 전 사장의 구속 필요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번 분식회계 이슈의 1차 분수령이 되는 만큼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검찰은 이르면 21일 하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르면 주중, 늦어도 25일 진행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분식회계 이슈의 향방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