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상품, 개인 자산관리·노후 준비 상품 없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금융투자상품 중 개인 투자자의 자산관리나 노후 대책을 위한 상품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품 대부분이 고액·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구성돼 있고, 판매사들도 개인의 자산 관리보다는 상품 판매만을 위한 유인 체계로 접근하는 게 문제라는 주장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2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우리나라 자본시장 상품의 다양성 평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꼬집었다.


김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에 분산 투자하기보다는 ELS·DLS(파생결합증권), 브라질 국채, 중국 주식형 펀드 등 특정 유형 상품에만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쏠림 현상을 보이는 상품의 경우 수익률 저하 현상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쏠림 현상의 원인으로는 판매사들이 자산관리보다는 판매보수가 높은 상품이나 단기 투자 위주 상품 권유, 투자자 위험 성향에 맞지 않은 상품 권유 등을 꼽았다.

그는 "증권사의 금융투자상품은 대부분 수익기여도가 높은 고액자산가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개인 투자자들이 원하는 자산관리·노후 준비 등 기능은 매우 미흡한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설명까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ELS·DSL 시장의 급성장을 주목했다. 금융투자협회와 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2010년 9% 수준이던 ELS·DSL 시장은 지난해 17%까지 성장했다.

김 연구원은 "ELS·DSL 시장 확대는 증권사간 판매 추종 현상이 큰 역할을 했다"며 "한 회사가 특정 상품 판매를 늘렸을 때 나머지 경쟁사들도 동일 상품의 판매를 늘리면서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결과 2010년 5월부터 2015년 10월 기준 코스피200 지수 연계 ELS에서 쏠림으로 인한 수익률 저하 현상이 나타났다. 그는 "아직 H지수 ELS에선 수익률 저하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향후 수익률 저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공모펀드 시장에서의 불완전 판매도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외면을 초래했다. 전체 펀드 상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대로 매우 낮고, 공모펀드만 놓고 봐도 개인은 31% 수준에 불과하다.

김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의 재산증식과 노후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상품 출시와 강화된 자산관리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판매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유인 체계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선 올해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국형으로 진입하는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주식시장이 리스크(투자위험)과 리턴(수익)의 관계가 맞아들어가는 시장으로 변했다"며 과거엔 경제성장률이 좋고 나쁠 때의 격차가 6~7%에 달했지만 이제는 0.5% 정도로 줄었다. 경제 성장률은 낮지만 변동이 적어진건데 이는 주식시장에 이전과는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면에선 기업의 유동성을 감안했을 때 금리가 추가로 올라갈 가능성이 적다"며 "기업 실적도 올해 기업들의 예상 영업이익은 200조 수준으로 꾸준하게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60~70년대 중반까지 주가가 옆으로 기어가다가 리스크와 리턴이 맞아가면서 연간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며 "한국 주식시장도 이를 넘어서면서 이머징 마켓형에서 선진국형으로 바뀌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