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이혼?"…'안전전문가' 柳 행안부 차관의 후배사랑

류희인 국민안전처 차관/뉴스1

"3개월간 집에 들어간 적이 없는데 이혼하잔 소리가 나올 수밖에요."


국민안전처 해체 후 재난관리 업무의 선봉장이 된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관리본부장(2차관)의 '후배 사랑'이 단연 화제다. 자연재난대응과 직원 3명이 위혼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 류 차관이 '이혼만은 막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

자연재난대응과는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부서'로 유명하다. 폭염과 집중호우, 국지성 폭우, 태풍, 풍수해 등 여름철 자연재난 사전대비를 총괄하다 보니 수개월씩 집에 못 들어가는 게 예삿일이다. 여름철 자연재난대책 기간이 통상 5월15일부터 10월15일까지 무려 5개월 간 이어진다. 특히 지난 7월 발생한 집중호우로 6개 시·도와 24개 시·군·구가 피해를 보면서 비상근무가 끊이질 않자 직원 3명이 배우자들로부터 사실상 '이혼 통보'를 받았다.

사정은 이랬다. 직원 3명의 배우자들은 모두 공무원인데 남편들 직장이 있는 세종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장기간 독박육아에 지쳐버렸다는 것. 옛 국민안전처 시절 재난관리실장을 맡았던 김희겸 행안부 기획조정실장도 기자들에게 "3개월 간 집에 간 적이 단 이틀에 불과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이 소식을 접한 류 차관은 해당 직원 배우자들을 세종시로 전보발령하는 방안도 알아봤지만, 각 부처별로 전보 수요가 워낙 밀려있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청주나 대전, 공주 등 세종과 가까운 지자체로 배우자들의 직장을 옮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실·국장급 주말 비상근무 체제도 개편했다. 4개조로 나눠 한달에 한번씩만 근무하도록 했다. 실·국장급이 주말에 근무하면 밑에 직원들도 상시 대기할 수밖에 없다. 박인용 전 국민안전처 장관이 실·국장들을 데리고 주말에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비상근무를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류 차관은 "일이 없을 때나 있을 때나 주말에 무조건 근무하다보니 나중에는 '비상'에 대한 감도 잃어버렸더라. 쉽게 말해 비상근무가 형식적으로 변질돼 버린 셈"이라며 "아주 비효율적인 사례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류 차관이 후배들의 가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현재 14명인 자연재난대응과 인력을 17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자연재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안전업무는 이미 행안부 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격무부서'로 악명이 높다"며 "후배 사랑의 의미도 담겨있지만 기피하고 있는 재난업무를 어떻게든 완화해보려는 류 차관의 의지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