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하다" 감사원 지적에 금감원 조직·예산 수술한다

금융감독원

"방만하게 조직과 인력을 운영한 조직."


감사원이 20일 금융감독원에 대해 내린 평가다. 민간 출신 첫 수장을 맞아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던 금감원으로선 내부 개혁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 당장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예산에 대한 정부 통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0월말까지 쇄신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후속조치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감사를 통해 지적한 금감원의 문제는 크게 △방만한 조직 및 인력 운영, △부당한 직원 채용과 내부 직원의 주식매매, △부적정한 검사 및 제재 등 3가지다.

감사원은 이중 조직 및 인력 운영 부분에 대해 '방만 운영'이라며 상위직급 감축, 부서 통폐합, 국외사무소 전면 정비·폐지, 정원 외 인력 최소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금감원측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맞춰 감독 및 검사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인력 및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보이스피싱, 유사수신 등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업무가 급증했고 IT 기술 발달에 따른 전문인력의 확충도 필요했다. 대부업 등 새로 감독대상에 포함된 금융회사들도 상당하다.


금감원은 일단 감사원의 지적이 나온만큼 "금융시장 변화에 맞게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외부 파견 인력 축소, 세분화된 팀 통합, 8개 국외사무소 축소 등이 불가피해졌다.

예산에 통제도 깐깐해질 전망이다. 팀장 직무급 인상분 등 일부 예산은 삭감될 전망이다. 금감원 예산은 감독분담금, 발행분담금, 한은 출연금으로 구성된다. 이중 금감원 전체 예산의 약 80%는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이 내는 감독분담금이다. 감사원은 올해 감독분담금이 전년대비 17.3% 증가하는 등 최근 3년간 평균 13.6% 늘었다고 밝혔다.

감독분담금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금감원의 방만 경영 때문'이라는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감사원은 특히 "감독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통제가 느슨하고,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 재정통제 기관의 통제수단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위에 기재부 장관과 협의해 감독분담금을 '부담금관리기본법' 상 부담금으로 지정해 관리·통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밖에 감사원이 지적한 직원 채용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면 블라인드 방식 도입, 서류전형 폐지, 외부 면접위원 참여 등 채용 전 과정을 개편키로 했다. 금감원은 "중앙정부 수준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직원의 주식매매에 대한 내부 통제도 강화할 방침이다. 주식거래 금지 대상 직원을 대폭 확대하고 신고의무를 위반할 경우 엄정 조치키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부터 가동 중인 인사·조직문화 혁신 테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10월말까지 쇄신안을 마련하고 연말까지 이행을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