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시총 2위에서 8위로…1년간 무슨 일이

한국전력 주가가 20일 2년 8개월 만에 4만원선에서 벗어났다.

코스피 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일대비 800원(1.99%) 내린 3만9350원으로 마감했다. 한국전력은 장중 3만9100원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한국전력이 4만원 밑으로 떨어져 마감한 것은 2015년 1월19일(종가 3만9300원)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1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며 한국전력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의 시가총액은 25조2613억원으로 줄어 삼성물산에 이어 코스피 시총 상위 8위로 밀려났다.

한국전력은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9월20일만 해도 시가총액 37조6190억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시총 상위 2위를 차지했던 기업이다.


◇폭염 후유증, 탈핵 등 정책 변화로 '휘청' = 한국전력은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과 신규 원전(신월성 2호) 가동 등에 따른 이익 개선이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에너지 신사업, 높은 배당성향 등 3박자가 맞물리면서 지난해 5월9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6만3700을 찍기도 했다.

한국전력 주가가 1년만에 급락한 배경은 지난해 전국을 강타한 폭염이 꼽힌다. 폭염으로 냉방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과도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한국전력 주가는 지난해 8월 초부터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와 함께 석탄가 급등으로 2년 반 동안 주가를 끌어올렸던 이익 모멘텀이 소멸된 것도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 들어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한국전력을 강타했다. 지난 3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 정국에 진입하자 석탄 발전 및 원전 축소, 신재생 에너지 확대 등을 내세운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약이 주목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노후 석탄 발전소 조기 가동 중지,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지 및 산업용 전기요금체계 개편 가능성 등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한전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한전, 올해 영업이익 7조 하회 전망…배당 매력도 떨어져 =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각각 59.42%, 68.70% 감소한 1조4632억원, 846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 영업이익도 3조935억원으로 추정돼 30.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도 시장 예상치 7조10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6조원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적이 안 좋으면 당연히 한전 주가를 떠받쳐온 배당 매력도 떨어질 수 밖 에 없다.

증권가 시각도 엇갈린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은 물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여부 등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해 주가 전망이 어둡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부진 외에 정책적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도 잔존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속적인 주가하락으로 올해 예상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5배 수준에 불과해 이미 모든 악재를 반영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전환정책의 핵심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라며 "지난 7차 계획에서 기저발전 투자에 국한되었던 한국전력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