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32년, 다시 운 멕시코…희생자 220명 육박(종합3보)

19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 초등학교 건물이 붕괴했다.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멕시코정부가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19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32년 전 지진으로 6000여 명이 죽은 대참사를 겪은 그 날이었다. 초등학생 수십 명이 무너진 건물에 묻히는 등 22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 교민 한 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한국 기업의 공장은 피해가 없는 걸로 파악됐으나, 일본 닛산자동차 등 일부 기업의 공장은 가동을 멈췄다. 무너진 건물에 묻힌 시민들이 다수여서 희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이날 오후 1시 15분쯤 멕시코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진 발생 초기 최소 216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고 뛰쳐나온 시민들로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3㎞ 떨어진 푸에블라주 산후안 라보소 지역이 진앙이며 진원의 깊이는 51㎞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대부분 진앙에서 가까운 멕시코 중남부 모렐로스주에서 발생했다. WSJ은 “멕시코시티에서 지진으로 빌딩이 무너지면서 생기는 거대한 먼지구름이 목격됐다”면서 “거리로 나온 많은 사람이 울면서 가족이나 연인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빌딩도 최소 44채가 무너졌다. 특히 멕시코시티 남부에 위치한 엔리케레브사멘 초등학교 학생들이 건물 붕괴로 다수 희생됐다. 수업 중이던 수십 명의 학생과 교직원이 매몰됐다. 확인된 희생자만 학생 20명, 성인 2명에 달한다. 교사와 학생 최소 30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이 학교는 1985년 대지진 당시에도 큰 피해를 본 곳이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초등학교 붕괴현장을 직접 찾아 구조작업을 독려했다. 그는 “부상자들을 위해 모든 병원을 개방하라”고 지시했다.

멕시코시티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와 다리, 공항 등 사회기반시설도 다수 파괴됐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멕시코시티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긴급자금을 방출했다.

미구엘 앙헬 오소리오 멕시코 내무장관은 “아직도 사람들이 매몰돼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작업이 느리며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멕시코 티후아나 생산공장 전경. 19일(현지시간) 발생한 강진에도 현지 한국 기업들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삼성전자

우리 국민 한 명도 연락 두절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멕시코시티에 거주하는 우리 국민 1명의 연락 두절 신고를 접수했다”면서 “현지시간 20일 0시 현재 부상자 이송병원에 명단에 동양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 가운데 큰 피해를 본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에 따르면 멕시코 진출 한국 기업은 183개로 삼성전자, LG전자, 기아자동차, GS칼텍스 등이다.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에서 연산 4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 중인 기아차는 이번 지진에 대해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반면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일본 닛산자동차의 현지 사무소와 모렐로스주 쿠에르나바카 공장은 업무를 중단했다.

멕시코에선 지난 7일에도 남부 해안에서 규모 8.1의 지진이 발생해 100명 가까운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이날은 규모 8.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6000명 이상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진 지 32년 된 날이기도 했다. 지진은 멕시코 시민이 32년 전 참사를 기억하며 대피훈련을 벌인 직후 몇 시간 만에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