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물결, 집단에너지 뜬다

탈원자력발전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맞아 열병합발전, 지역난방 등 집단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집단에너지는 열과 전기와 같이 2개 이상의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공급하는 것인데 액화천연가스(LNG) 등 단일 발전에 비해 효율이 높은 게 장점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획기적 전환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래에너지로 가는 ‘브리지에너지’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집단에너지사업은 열병합발전소, 열전용보일러, 자원회수시설 등에서 생산된 열과 전기를 주거·상업지역 또는 산업단지 내의 다수 사용자에게 일괄적으로 공급·판매하는 사업이다.

크게 지역 냉난방사업과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으로 나뉜다. 지역 냉난방사업은 일정지역 내에 있는 주택, 상가 등 각종 건물을 대상으로 난방용, 급탕용, 냉방용 열 또는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사업은 입주업체를 대상으로 공정용 열 또는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다.

열병합발전을 중심으로 한 집단에너지의 최대 장점은 ‘효율성’이다. 화석연료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존 발전소의 효율은 최대 50% 수준이다. 100의 원료를 투입했을 때 50은 그대로 버려지는 셈이다. 하지만 열병합발전소는 효율이 80%대에 이른다. 기존 발전소 보다 전기생산 효율은 다소 낮지만 열을 함께 생산하기 때문에 총 효율은 훨씬 높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역 냉난방부문은 도시가스개별난방·전기의 대체설비보다 최대 21.7%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산업단지부문은 석탄발전·개별보일러 대체설비에 비해 최대 16.6%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


열병합발전은 탄소배출량 역시 기존 발전소에 비해 줄일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은 “집단에너지사업자와 개별난방보일러·대체발전기간 에너지사용량을 비교한 결과 열병합발전의 탄소배출 저감효과는 54.5%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열병합발전은 대체설비에 비해 NOx(질소산화물) 89.1%, SOx(황산화물) 63.3%, 분진 56.9%를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의 각종 저감효과 등 사회적 편의를 경제적 가치로 추산하면 연간 9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해외에서도 일찌감치 집단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정책의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하며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열병합발전 비중을 202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20%까지 늘린다는 계획에 따라 15억 유로(약 2조원)를 투자한다. 미국과 EU 내의 다른 국가들도 투자비 보조, 세금감면 등의 지원책을 제공하며 열병합발전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에너지전환 정책의 초점이 ‘발전용 원료’만이 아닌 전력 이송, 소비까지 맞춰져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집단에너지사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정준 SK E&S 사장은 “우리나라 전력정책은 전기 생산에만 집중한 나머지 원전·석탄 혹은 신재생·천연가스 등 발전용 연료를 무엇으로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해안가에 밀집해 있는 원전이나 석탄발전소 등 대규모 발전소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까지 장거리 고압 송전하는 구조에 매몰돼 있다”며 “전력시스템의 탈중앙집중화를 통해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공급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열병합발전을 비롯한 집단에너지사업은 대부분 분산형 전원의 성격을 가져 주목된다. 수요처 인접 지역에 건설해 효율을 높이고 기술적 송전손실과 송전선로 건설·발전소 부지 확보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만성적자에 빠져있는 형편이다. 지역난방공사 (39,100원 ▼200 -0.51%), GS파워를 제외한 업계는 2011~2016년 매년 1000억원 넘는 손실을 거두고 있다. 지역난방 등에 적용되는 가격 규제, LNG원료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원가 등 때문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난방수요가 떨어지는 여름철의 경우 집단에너지사업은 발전원으로서 가치가 매우 낮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료비 정산 현실화 △고정비 정산금 확대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열병합발전 사업자가 열 생산 과정에서 부가 생산한 전기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원가 이하의 정산료를 받는다.

아울러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인구밀집지역 등 수요지에 위치해서 일반 발전소에 비해 투자비, 부지비 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발전소에 지급하는 고정비 정산금(CP)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선진국과 같이 분산형전원·친환경연료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논의된다.

업계 관계자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사실상 신재생에너지로서의 역할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며 ”태양광·풍력 등에만 맞춰진 인센티브의 초점을 열병합발전소에 돌려 CP값이라도 현실화한다면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산업부 관계자는 “집단에너지사업과 같은 분산형 전원은 우리 에너지정책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며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