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저금리인데…현대라이프, 왜 5년 적자 못 면했나

현대라이프생명이 출범 5년만에 개인 대상의 보험영업을 사실상 접기로 하는 등 눈물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해왔음에도 5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고 있어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을 비롯해 대만의 푸본생명까지 든든한 대주주의 지원과 카드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온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부회장의 진두지휘에도 손실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최근 3개 본부·14개실로 구성됐던 조직을 6개실로 개편했다. 3개 본부는 모두 없애고 경영지원실·자산운용실 등 6개실로 조직을 최소화했다. 아울러 지난주 마감된 희망퇴직을 이번주까지 일주일 연장해 진행하고 있다. 450여명의 임직원 중 12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데 이어 추가 감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라이프는 희망퇴직 대상자에 대한 보상금으로 통상임금의 40개월치 급여(14년 이상 근속 기준) 등을 지급한다.


현대라이프는 2012년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에 인수된 이후 한해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5년간 누적적자가 2200억원 가량 쌓인 상태다. 업계에서는 △누적된 인력 적체 △고금리 역마진 부담 △상품 판매 부진으로 인한 실적 악화가 적자의 악순환을 만든 것으로 분석한다.

현대라이프는 전신인 대신생명, 녹십자생명 등을 거치며 30여년간 구조조정 없이 고용을 100% 승계해왔다. 일부 자발적인 퇴사자를 제외하고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아 고위 직위 비중이 높은 역피라미드형 인력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현대라이프는 차·부장이 약 180여명으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중소형 A생보사의 경우 차·부장 비중이 13%에 불과하고 B생보사는 더 적은 11%에 그친다. 규모가 조금 더 큰 C생보사의 경우도 차·부장 비중은 23%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보험사도 인력 적체가 있긴 하지만 현대라이프는 근속기간이 긴 차·부장급 비중이 다른 생보사의 두 배 이상으로 유난히 높은 편”이라며 “차·부장급이 40%를 차지하니 높은 인건비로 인한 저효율·고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신인 대신생명 시절부터 팔아온 고금리 역마진 부담도 상당하다. 대신생명은 1990년대 말 최고 연 18%대의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다. 이후 녹십자생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고금리 상품 판매를 줄였지만 녹십자생명 때 팔린 상품 역시 현재 기준으로 금리가 상당히 높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현대라이프는 대신생명 시절부터 판매한 연 7.5% 이상 고금리 상품만 약 6만건을 보유 중이다. 비중도 전체 보유상품 대비 약 5%대로 비슷한 규모의 타사 대비 2배가량 높은 편이다.


현대카드의 성공을 이끌었던 정 부회장의 상품 판매 전략도 보험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현대라이프는 출범 후 현대카드의 히트상품인 ‘현대카드제로’ 시리즈처럼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구조의 보험상품인 ‘현대라이프 제로’ 시리즈를 출시했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들의 상품을 뛰어넘을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보험은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상품이 좋아도 설계사 등 판매조직이 탄탄해야 하는데 현대라이프는 상품만 좋으면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상품 판매가 어느 정도 이뤄져야 고정비를 감당하고 변동비에 따라 수익을 내는 지점에 도달하는데 현대라이프는 인건비라는 고정비가 높은 상태에서 이를 뛰어넘을 정도의 상품 판매가 이뤄지지 않아 적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