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시장 충격 없는 '돈풀기 마침표' 성공할까

재닛 옐런 미 FRB 의장/사진=블룸버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채권매입 프로그램인 양적완화(QE)로 불어난 자산을 다음달부터 축소하겠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예고됐던 일정인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자산축소가 가져올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美 채권시장, 유럽·日 대비 '인기' 얻을 것


FRB는 이날 마친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의 보유자산을 다음달부터 매달 100억 달러씩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QE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인 FRB가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을 매입한 전례 없는 정책이다. 이를 되돌리는 과정도 전 세계가 처음 경험하는 만큼 그 여파를 속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초기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FRB가 올 9월 자산축소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여러 차례 시사했기 때문이다. 짐 캐론 모간스탠리 투자운용 채권 투자전략가는 "시장은 단기적으로 자산축소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달러와 미 국채 금리가 올랐지만 변동폭이 급격하진 않았다.

FRB의 자산축소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미국 국채와 MBS 시장에서도 단기적인 움직임은 크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릭 리더 블랙록 채권 부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 2.2% 부근에 있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말 2.5%나 이보다 소폭 더 오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FRB의 채권 보유량이 줄어도 QE를 유지 중인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채권 금리가 더 낮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시장으로 몰릴 것이란 게 이 전망의 근거다. 리더는 "이 수요가 미국 채권 금리를 0.3~0.4%포인트 더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이후 영향은 불확실…차기 FRB 의장도 변수

그러나 내년 이후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FRB가 자산축소 규모를 확대하는 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채권매입 규모를 줄여나갈 것으로 보여서다.

FRB는 매달 미국 국채와 MBS를 각각 60억 달러, 40억 달러씩 줄이다 점진적으로 이 규모를 각각 최대 300억 달러, 20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ECB도 빠르면 다음달 QE 축소 계획을 발표한 뒤 내년부터 채권매입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록은 이 여파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내년에 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에도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다. 투자 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FRB가 보유했던 채권 물량에 대한 부담을 다른 시장 참가자들이 떠안게 되면서 결국 주식 등 다른 자산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FRB의 QE 종료 선언이 모든 시장에 역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기 FRB 의장이 누가 될지도 변수다. 자산축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될 예정인데, 당장 재닛 옐런 의장이 내년 2월3일로 임기를 마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 인물을 FRB 의장으로 지명할 전망이다. FRB가 새 지도부 체데에서 시장 혼란 없이 자산축소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켓워치는 "시장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면 FRB는 대규모 경기침체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얻게 된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증시가 하락하고 금리가 치솟는다면 이 논쟁적인 중앙은행의 도구는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