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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제2의 중국원양자원 사태 막아야

광화문 머니투데이 송기용 증권부장 |입력 : 2017.09.2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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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와 주관사(증권사)는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목하에 계속 중국 기업을 상장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가 지고 있습니다. 투자 책임이 본인에게 있는 것은 맞지만 부실기업을 상장시켜 놓고 투자실패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을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일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유증이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증시도 '차이나 리스크'를 앓고 있다. 코스피에 남아있던 유일한 중국 기업인 중국원양자원이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거절'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2000개가 넘는 상장기업 가운데 1개가 없어지는 것이지만 작은 문제가 아니다. 피해자 숫자가 수만 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국원양자원 주주는 2만4300명.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9710만9369주로 총 발행주식의 약 77%, 거래정지 직전 주가(1000원)로 계산하면 970억원 규모다. 오는 27일 상장폐지를 앞두고 18일부터 정리매매가 진행 중인데 첫날 84% 급락하는 등 소액주주 대부분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영상·음향기기 제조 회사인 3노드디지탈그룹유한공사를 시작으로 10년간 30개 외국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했다. 이 가운데 11개사가 상장폐지 됐는데, 일본 기업 2곳을 제외한 9곳이 중국 기업이다.

한국 증시에 상장한 23개 중국 기업 중 9개가 상장폐지돼 10곳 중 4곳은 탈이 난 셈이다. 한국 증시에 엉터리 중국 기업이 반복해서 상장하고 폐지되는 것은 전적으로 상장을 주선한 증권사와 허가해준 한국거래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13억 중국인들이 참치를 먹기 시작하면 대박 난다'는 기대 속에 2009년 상장한 중국원양자원은 부실 경영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1580억원, 당기순손실은 2262억원을 기록했다.

불공정 공시로 몇차례 거래정지를 당했는데, 지난해에는 보유 선박 숫자를 부풀렸다는 사기 의혹까지 제기됐다. 선박 2척을 구입했다며 사진을 공개했는데 배 1척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후 번호만 바꿔 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장화리 대표는 50%가 넘던 지분을 최근 0.78%까지 줄였다. 회사가 망가지는데 오너가 지분을 팔아치우며 가라앉는 배에서 먼저 탈출하려 한 것이다.

불과 몇 년 만에 수천억원의 적자가 난 것을 보면 처음부터 엉터리 재무제표로 상장 관문을 넘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이미 중국 섬유업체 '고섬'의 전례도 있다. 고섬은 상장 한지 불과 2개월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들통 났다. 고섬은 결국 2013년 상장폐지 됐는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 중국 기업은 '불량기업'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됐다.

문제의 핵심은 낮은 진입 장벽과 관리부실이다. 한국거래소는 200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 증시를 표방하며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섰다. 증권사들도 국내 기업보다 많은 수수료를 챙길수 있어 유치경쟁이 벌어졌다.

특히 중국 기업이 이 흐름에 적극 올라탔다. 자국 증시 상장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미국 등 선진 증시의 까다로운 상장규정을 충족시킬 자신이 없었던 터라 한국은 기회의 땅이 됐다. 주먹구구식 심사와 부실한 감독은 고섬에 이어 중국원양자원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억울한 중국기업들도 있다. 1세대 상장 기업의 나쁜 기억으로 우량한 중국 업체들마저 도매금으로 헐값 대우를 받고 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견디다 못한 일부 중국기업은 자진해서 상장폐지를 신청하고 한국을 떠났다.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할 경우 한국 투자자와 중국 기업의 피해는 갈수록 확산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거래소가 상장심사 평가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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