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영향력 전망은 부정적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국민들 사이에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1987년 민주화운동 시대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조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경제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비율은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보다 35.4%p 높았다.


1989년 좋은 영향 답변 비율이 26.9%p 높았던 것보다 더 노조에 호의적인 국민 정서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2007년과 2010년 조사에서는 노조가 경제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보다 각각 41.8%p, 21.9%p 높게 나타난 바 있다.

노조가 정치적 민주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 역시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보다 올해 49.9%p 많아 1989년 50.3%p와 유사했다. 2007년과 2010년의 경우에는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각각 10.5%p, 15.3%p 더 높은 수준이었다.

노조가 사회 불평등 완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한 비율은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비율보다 62.2%p 높아 1989년 64.1%p와 비슷했다. 2007년은 15.8%p, 2010년에는 25.3%p 높은 수준이었다.


노조가 물가안정에 미친 영향은 4번의 조사 중 처음으로 긍정적인 응답이 14.0%p 더 많이 나왔다. 1989년, 2007년, 2010년에는 부정적인 응답이 각각 -5.3%p, -41.6%p, -19.1%p 더 높았다.

노동연구원은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변화가 촛불정국 등 사회적 격변기에 따른 것이라고 바라봤다.

장홍근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89년 결과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을 거쳤기 때문에, 올해 결과는 지난해 촛불정국이 일어난 효과로 볼 수 있다"며 "2007년과 2010년에는 한국의 노동운동이나 노조활동이 상당히 고립되는 양상이었기에 인식차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노조 활동에 대한 평가가 시기별로 급격한 차이를 보인 것과 달리 노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2007년 85.6%, 2010년 87.1%, 올해 85.5% 등으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들이 노조에게 기대하는 효과는 임금인상 효과(59.9%), 고용안정효과(72.1%), 부당대우로부터 근로자 보호 효과(70.3%) 등으로 나타났다. 임금인상에 대한 기대는 약 60%의 찬성의견으로 지난 1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으나 고용안정에 대한 노조의 효과성 인식은 크게 높아졌다. 특히 '부당대우로부터 보호 효과' 2007년 33.6%의 찬성의견에서 2017년 70.3%찬성으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노조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2007년 48.2%, 2010년 40%, 올해 26.3% 등으로 점차 감소했다. 노동연구원은 이 결과에 대해 노조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활동과 사회제도 개혁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장홍근 선임연구위원은 "국민들은 노조의 본질적인 역할과 노조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노조의 활동이 취약계층보호나 고용안정을 추구해야 한다고 인식하지만 지금까지의 노조활동은 조합원의 근로조건 개선에 집중돼 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