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채용, 학점·토익보다 직무경험 더 본다"

자료 제공=사람인, 인크루트

주요 대기업들이 하반기 공채부터 잇따라 ‘블라인드 채용’에 나서면서 새로운 채용방식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구직자들의 관심이 높다. 취업컨설팅 전문가들은 “일명 ‘학벌’ 시대가 지고 있다”며 대학 시절 성과보다 지원하는 직무에 맞는 역량 및 잠재력을 나타내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상시면접, 코딩테스트 등 ‘블라인드 채용’ 유형 각양각색==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하반기 신입행원 채용 서류 전형에서 학력과 전공, 나이 등 일명 '스펙'을 배제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또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블라인드 면접'도 진행한다. 자기 소개 및 지원 동기를 밝히는 심층 인성면접, 시사 문제를 다루는 프리젠테이션(PT), 금융 점포 세트에서 진행되는 세일즈 면접, 팀 프로젝트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 다음과 합병 후 첫 번째로 진행된 이번 공채에서 학교와 전공 기재란을 없애는 대신 '코딩 테스트'를 도입했다. 웹과 모바일, 서버개발 부문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모두 3차례에 걸친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고, 이후 2차례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현대자동차는 상시 채용 면담 프로그램인 '힌트'(H-INT.)를 도입했다. 구직자의 스펙 정보 없이 채용 담당자가 상시 면담을 진행해 직무 관심도 및 역량을 평가한다. '힌트'의 우수자로 선발되면, 신입사원 선발 시 서류나 인적성 검사 등 일부 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도 성별과 나이, 학교, 학점, 자격증 등을 배제한 '신한 디지털 패스'(Digital Pass)를 진행했다. 지원자들은 '디지털'과 '카드' 등 2가지 키워드와 관련 자기 소개 및 역량, 잠재력 등을 5분간 발표하게 된다. 또 '500자 서술'을 통해 디지털에 대한 관심 및 지식, 창의성, 카드 및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나타낸다.


이 외에도 KT의 '스타오디션', 롯데그룹의 '스펙태클채용', CJ그룹의 '리스펙트 전형', 현대모비스의 '미래전략채용' 등 다양한 방식의 '블라인드 채용'이 진행 중이다.
◇"직무 연관성 중요…'학벌' 보는 시대 갔다"=취업 컨설팅 전문가들은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에서 직무 연관성이 기존 스펙을 대체하는 채용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블라인드 면접'과 기획서 전형 등에서 이같은 직무연관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이성훈 사람인 NCS컨설팅 팀장은 "출신 학교와 전공, 학점 등은 직무와 무관한 것으로, 구인 기업에게 불필요한 편견을 제공했다"며 "스펙이 아닌 직무 관련 구체적인 과목 수강 여부, 인턴 경험, 자격증과 이를 통해 학습한 직무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철 한국인재평가연구소 대표는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기존 스펙에 가려진 직무 관련 잠재력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현장 면접과 기획서 제출은 직무와 관련된 상황에서 지원자들의 태도와 행동 수준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직무 능력을 호소하기 위해선 지원하는 조직 및 직무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인보다 조직, 특출한 능력보다 협업이 중요한 직무의 경우, 팀 프로젝트 등에서 지나치게 자기 주장을 앞세우면 불리할 수 있다"며 "과제 해결에만 집중한 채 회사가 원하는 직무 능력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론 대학 시절부터 적성에 맞는 직무의 범위를 좁히고, 직무 관련 경험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지원하는 직무와 장기간 준비한 경험 및 학습 내용 간 연관성을 높일수록 취업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다"며 "학점이나 토익 점수보다 인턴 프로그램 등을 통한 직무 경험이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