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빛 바랜 中 900만 시대…'현대속도' 그림자

현대자동차가 중국 판매 900만대 시대를 앞두고 있다. '현대속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급성장한 현대차이지만 최대 위기에 봉착하며 빠른 성장에 가려진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시장에선 올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베이징현대의 누적판매량은 887만5652대다. 현재 추세라면 이르면 다음 달, 늦어도 11월엔 900만대 판매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현지에선 900만대 시대를 앞세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베이징현대는 지난 19일 중국 전략 신차 ‘올 뉴 루이나’ 출시 행사에서 누적 판매 900만대를 강조하며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900만 고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한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현대속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빠른 성장을 거듭해왔다.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최단 기간인 63개월 만에 100만대를 출고했고, 9년 만에 300만대를 넘어섰다. 15년 만에 900만대를 넘어서는 것도 최단 기록이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 진출 28년 만에 900만대 판매를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성장 속도다. 현대차는 이달 충칭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중국에서만 공장 5곳, 연 165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올 들어선 이런 빠른 성장이 독이 되는 모양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함께 그 간 잠재됐던 중국 내 경쟁심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략 부재, 브랜드 훼손 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중국 진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230,000원 ▼1,000 -0.43%) 전체 판매량의 23.4%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나자 현대차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충칭 5공장 완공이 기회보다는 공급 과잉과 고정비 증가 등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이징자동차와 50대50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현대차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합작법인으로 표면상 영업이익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지만 지분법손익과 배당금수익 감소 등에서 큰 영향 받고 있다.

지분법손익의 경우 베이징현대는 재무제표상 지난해 5598억원 이익으로 인식됐으나 올 상반기에는 1109억원 손실로 처리됐다. 지난해 상반기(3214억원 이익)와 비교하면 베이징현대에서만 4300억원가량 지분법평가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베이징현대의 배당금 감소로 직접 현대차로 유입되는 현금도 크게 줄었다. 현대차는 베이징현대로부터 △2014년 8155억원 △2015년 9365억원 △2016년 6662억원의 배당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배당금 수익(타기업 포함)는 206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000억원 이상 줄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공급 과잉은 모든 브랜드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며 "판매 차종 다변화와 친환경차 출시 등을 통해 우선 중국 시장에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