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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에 "더러워서 때려친다"…알고보니 회사 단톡

퇴근 후 회사 단톡방서 1.44시간…"실수할까 조마조마" 실수 방지 배경화면 인기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입력 : 2017.10.08 06:25|조회 : 1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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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단톡방에 실수한 사원A씨의 사례라고 회자되는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회사 단톡방에 실수한 사원A씨의 사례라고 회자되는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얼마 전 A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친구들과 모인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회사 상사를 욕하던 중 실수를 한 것. "진짜 회사 XX같다. 내가 진짜 더러워서 때려친다." 하지만 A씨는 '전송'을 누름과 동시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 단톡방 이름에 '우리 부서'라는 네 글자가 선명히 써있었다. 이날 밤 A씨는 인터넷에서 '회사 단톡방 배경'을 다운받아 설정했다. 재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나갈 수는 없는데 자꾸만 하나, 둘 더 생긴다. 자칫 한마디 잘못 보내다가는 돌이킬 수 없다. 회사 단톡방 이야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 단톡방'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무역회사에 다니는 B씨(28)는 "회사 단톡방이 자꾸만 늘어 답장도 빨리 해야하고 실수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신경써야 할 게 많다"며 "거래처 등과의 업무 단톡방을 제외하고 우리 부서 단톡방만 3개"라고 말했다.

회사 단톡방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단톡방에서 퇴근 후 불필요한 업무지시를 하거나, 개인사 등 잡담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퇴근 후에도 업무지시와 감정노동 등에 시달린다는 것.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직장인이 퇴근 후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는 시간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44시간, 일주일 평균 11.3시간에 달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직장인 74%가 퇴근 후 업무지시와 자료요청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중 60%가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직장인들은 회사 관련 단톡방을 보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라도 할까봐 마음을 졸여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패션회사 직원 신모씨(26)는 "퇴근 후에도 회사 단톡방 카톡이 울리다보니, 친구들과 대화하다가도 혹시 회사 단톡방에 답장하게 될까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 메신저 이용시엔 늘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는 '회사 단톡방용 배경화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온라인상에서 인기리에 공유되고 있는 '회사 단톡방용 배경화면'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주변에서 실수한 사례 등이 회자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실수를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단톡방 배경화면'이 널리 공유되고 있다. 자극적이고 튀는 화면을 조심해야할 단톡방 배경으로 설정하는 것. 배우 마동석이 무서운 표정을 지으면서 '채팅 잘 못 보내면 X되는 방'이라는 글자가 적힌 배경화면, 붉은색 바탕에 '이 방이 아니야'라는 글이 써진 배경화면 등이 인기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모씨(26)는 "회사 단톡방에서 실수라도 할까봐 단톡방 배경화면을 온통 새빨간 색으로 지정하고, 단톡방 이름을 ●●●●●으로 눈에 띄게 설정해뒀다"고 말했다.
직장인 남씨가 보여준 그의 회사 단톡방. 배경화면이 붉은색으로 돼있어 바로 눈에 띈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진=이재은 기자
직장인 남씨가 보여준 그의 회사 단톡방. 배경화면이 붉은색으로 돼있어 바로 눈에 띈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사진=이재은 기자
직장인들은 단톡방 배경화면 설정이 유행처럼 번지는 건 회사 단톡방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사 직원 김모씨(28)는 "한국인이 해학의 민족이지 않나. 사실 힘든 상황인데, 재미있는 단톡방 배경을 만들어가면서 버텨가는 것 같다"면서 "회사 단톡방 관련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사 단톡방 관련 고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근로자 휴식권 보장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는 ‘퇴근 후 카톡 금지’ 조례를 지난달 21일부터 적용했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관련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려면 업무용 메신저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메신저 등를 구분하고 퇴근 후 사적 시간 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직장인 성모씨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메신저만 사용하고, 별도의 단톡방을 아예 만들지 않도록 법에서 강제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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