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표에 살아난 추미애·우원식 '가을 정치'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찬성한 국회의원 160표가 더불어민주당 '투톱'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를 살렸다.

국민의당을 비난한 거친 발언으로 협치에 장애가 된다며 궁지에 몰렸던 추 대표, 야당 설득에 실패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의 책임론에 휩싸였던 우 원내대표 모두 단숨에 리더십을 회복했다.

21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결과는 총 298표 중 찬성 160표, 반대 134표, 기권 1표, 무효 3표로 나타났다.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명예회복에 20표 넘게 찬성표를 던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민의당의 공이 컸다.

당장 두 사람 모두 국민의당에 반색했다.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협조를 요청했던 추 대표는 "김 원내대표도 집권당 입장이라면 충분히 상황을 이해한다고 긍정적인 답을 해줘 좋게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제안했던 회동도 여전히 희망하고 있으며 야당들과 협치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 인준에 성공한 뒤 김 원내대표를 직접 찾아갔다. 그는 김 원내대표에게 "국민의당이 많이 도와준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 인사를 했다. 또 "김 원내대표가 애를 많이 썼다"며 "나와 논쟁도 했지만 오래 전 가지고 있던 좋은 인연이 회복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지속적인 협치를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당 의원들이 사법개혁특위를 하자고 한 만큼 사법개혁 의지가 높다"며 "이번 투표결과를 통해 그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 매우 소중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 의원들에 감사하면서 사회개혁을 위한 협치를 더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 직후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얼굴색은 매우 밝았지만 이들의 '가을 정치'는 그 누구도 색깔을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열흘 전인 지난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때만 해도 이들은 리더십 위기에 직면하면서 '가을 정치'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불투명했다.

당시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는 가결을 자신하며 본회의 표결을 추진했지만 293표 중 찬성 145표, 반대 145표, 기권 1표, 무표 2표 결과로 부결의 쓴맛을 봤다. 곧바로 야권 설득에 실패했다는 점을 두고 당내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졌다.

김이수 후보자에 이어 김명수 후보자마저 국회 인준에 실패할 경우 사퇴론에 몰릴 가능성이 높았던 두 사람은 '김명수 살리기'에 총력으로 나섰다. 국민의당 요구대로 '적폐연대', '땡깡' 등의 발언을 사과했고, 김 후보자 인준 처리 협력을 연일 호소했다.

김명수 후보자 인준 성공으로 구사일생했지만 여소야대의 상황 구조는 여전히 변하지 않은 만큼 이들의 리더십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캐스팅보트'로서의 힘을 재확인시켜준 국민의당과의 주도권 다툼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야당을 모독해 정국이 경색됐다고 보는 안 대표와의 관계를 비롯해 여야정협의체에 야당을 참여시키는 것 등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강력한 협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기국회에서의 문재인정부 국정과제 후속입법 등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에 대한 평가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