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의 고강도 금감원 감사, 청첩장이 문제였다는데…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채용비리가 만연한 조직, 금융회사 돈으로 방만하게 운영된 조직."

감사원이 20일 금융감독원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결과를 발표하면서 금감원은 순식간에 '비리', '방만' 등의 불명예 타이틀을 달게 됐다. 내부에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해 수긍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방만한 조직'이란 지적에 대해선 금감원이 그동안 인력에 대한 수술을 미루면서 불필요하게 팀을 세분화하고 필요없는 조직을 신설하는 등 자리를 만들기에만 급급했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럼에도 금감원 일부에선 감사원이 보복성 감사를 벌였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버리지는 못하고 있다. 상대가 감사원이라 대놓고 반발하지는 못하지만 '검찰 수사 의뢰, 면직, 정직 등 40여명의 징계를 요구한 것은 너무 심하다'는 것.

그리고 그 배경엔 소위 '청첩장 사건'이 있다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 4월 감사원이 금감원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던 시기에 결혼식을 올린 여성 감사관의 결혼식 시간과 장소가 '알림'이란 제목으로 금감원에 팩스로 보내졌다. 피감기관에, 그것도 감사가 진행중인 시기에 결혼식 소식을 알렸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었고 결국 해당 여성 감사관은 감사원을 그만뒀다.


'청첩장 사건으로 독이 오른 감사원이 고강도 감사를 벌였고 감정섞인 감사결과를 내놨다'는게 일부의 의심이다. 감사원은 특수장비까지 동원해 금감원 직원들의 컴퓨터를 소위 '탈탈 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즉각 반박했다. 감사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금감원에 대한 실지감사가 3월13일에서 4월21일까지 실시됐고 '결혼식 알림장'이 언론에 보도된 것은 4월17일이었던 만큼 그건이 감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감사가 끝날 즈음에 터진 일이니 시간 순서를 보더라도 논리에 맞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사원의 지적사항과 관련된 금감원 임직원들의 소명은 그 이후에 있었다. 사실상 소명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게 금감원 내부의 이야기다. 특히 단순 실수, 관행 등 해명이 가능한 부분도 전혀 수용하지 않고 전부 '비리 행위'로 몰아간게 결국 '애초부터 작정하고 감사한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감사원

감사원은 이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채용 과정에서 다수 응시자 당락을 부당하게 바꾼 것은 단순 착오나 실수가 아니었고 상급자의 지시 또는 금감원 고위직 간부인 면접위원들을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것. 조직적 비리라는 의미다. 실제로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 채용과정에서 적발한 사실관계를 자세하게 기술했다.

어쨌든 감사결과는 발표됐고 금감원은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인사조치를 요구한 임직원에 대해선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해야 하고 개선을 요구한 제도적 문제에 대해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미 민간 출신 첫 금감원장을 맞아 쇄신 방안을 마련 중이었지만 '방만, 비리 조직'이란 프레임이 씌워진 이상 쇄신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