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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 장애인학교를 경제성으로 따질 수 있나?

[같은생각 다른느낌]경제적 효율성은 장애인학교 설립 반대 이유가 될 수 없어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7.10.03 06:30|조회 : 9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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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국립한방병원과 장애인학교 중 어느 것이 효율성이 있느냐?”

지난달 5일 ‘서울 강서 지역 특수학교 신설 주민 토론회’에서 한 지역 주민이 장애인학교 설립을 반대하면서 던진 말이다.

장애인학교를 국립한방병원과 비교해 경제적 효율성을 따지자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교육을 사적재로 취급하는 주장이다.

국방, 치안, 도로, 교육 등을 공공재라 부른다. 공공재는 시장의 수요-공급 기능에만 맡긴다면 사회가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는다. 즉, 공공재는 시장의 자율기능만으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오히려 비효율성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장애인학교 같은 공공재적 시설은 정부가 나서서 공급하고 지원해야 시장실패를 줄이고 경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강서구의 경우에도 장애인 학생의 30% 정도만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며 추가로 더 세운다고 과잉 시설이 아니다.

또한 장애인 주차장이나 버스·지하철에 장애인석을 만든다고 효율성을 따지면서 토론을 하고 의견을 묻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불편과 배려는 사회적 의식 수준에서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도 강서구 장애인학교 설립 문제로 일부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토론회 장을 마련했다. 이는 교육의 공공성을 망각하고 공공 부지를 사유재산처럼 여기는 일부 지역주민들의 그릇된 생각과 정치인과 보건복지부의 잘못된 대처에서 비롯됐다.

2013년 서울시 교육청은 강서구 가양동의 옛 공진 초등학교 자리에 특수학교를 짓기로 행정예고를 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공진 초등학교 터에 국립한방병원 설립 공약을 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7월~11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국립한방병원 설립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그런데 이미 공진 초등학교 터는 특수학교 건립을 행정예고 했으며 한방병원 전용도 안 되는데도 굳이 7개 조사대상 부지에 넣어 제일 높은 점수를 줬다. 아무 땅이나 주인의 사용을 허락한다는 전제하에 연구조사를 수행한 셈이다.

결국 주민들은 장애인학교를 공진초등학교에서 대체부지로 밀어내고 그 자리는 국립한방병원이 꿰찰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을 키웠다.

일부 주민들은 장애인학교가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 경제적 불이익이 있다는 불만도 제기한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머니투데이가 공시가격 열람이 가능한 1996년 이후 설립된 서울 11개 특수학교 인근의 표준·개별공시지가를 살펴본 결과 모든 지역에서 연평균 7~17%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장애인학교에 대한 편견이 오로지 강서주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특수학교를 설립하려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다반사다.

2016년 기준 서울지역 특수학교는 29곳에 불과하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 1만2929명 중 불과 34.8%(4496명)만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에는 지난 2002년 종로구에 경운학교가 설립된 이후 15년간 공립 특수학교가 설립되지 못했고 25개 자치구 중 8군데는 아예 특수학교조차 없다. 아직도 장애인학교를 쓰레기처리장이나 방폐장 같은 혐오시설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나 장애인학교 문제를 님비(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장애인학교가 구체적인 경제적 손실이나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며 분진과 악취를 예방하기 위해 방진막을 세우거나 위험한 시설물처럼 주변에 보상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장애인의 교육권도 일반 국민과 같이 보호받아야 한다. 헌법 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특수학교 설립을 통한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촉구 결의안'을 의결해 장애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처럼 장애인학교는 교육의 공공성으로 접근해야 하며 사적재처럼 관광 거리를 내세워 경제적 효율성을 따질 대상이 아니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아야 할 기회마저 경제 효율성을 내세워 박탈하는 것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넘어 처벌이며 생존권을 위협하는 짓이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7년 10월 2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태형
김태형 zestth@mt.co.kr

곡학아세(曲學阿世)를 경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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