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동아에스티, 기업체질 전면 개혁 시동

실적 부진에 허덕이는 동아쏘시오그룹의 주력계열 동아에스티 (69,100원 ▲300 +0.44%)가 수익성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더해 오너 구속을 불러온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영업 관행 혁신 작업을 병행하며 환골탈태를 시도 중이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가 국내외 제약사들과 잇달아 도입 계약을 맺고 있다.

◇실적 개선 처방 '도입약' = 동아에스티는 최근 광동제약, 한국다케다제약과 비만 치료제 '콘트라브', 고혈압 치료제 '이달비'를 각각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6월 일본 카켄제약의 발톱무좀 치료제 '주블리아' 판매대행에 나선지 석 달만의 일이다.

동아에스티는 동아쏘시오그룹의 전문의약품을 전담하는 주력계열사다. 그룹의 연구개발을 주도하며 신약 개발 선두에 서 있기도 하다. 그룹 실적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위치지만 불법 리베이트 의혹 수사에서 시작된 강정석 회장 구속 사태로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외부 제약사 도입약에 공을 들이는 건 국내외에서 이미 경쟁력이 검증된 의약품 판매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오랜 리베이트 수사로 거래가 위축되고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며 "인지도가 높은 도입약들은 매출을 높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소지 전면 차단 '영업실적 배제' = 영업 직원 평가 방식에는 전면적인 수술을 가했다. 실적 위주에서 실적을 따지지 않고 성실성과 업무 이해도 등을 따지는 '활동평가' 방식을 도입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새 방식은 목표 대비 달성률로 평가하던 것과 전혀 다르다. 실적을 100% 배제하기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불법·편법적인 리베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정량에서 정성으로 바꾼 평가방식은 다국적 제약사 GSK가 2014년 세계 모든 지사에 도입하면서 알려졌다. 중국에서 리베이트로 홍역을 치른 직후 나온 대책이다.

동아에스티는 최근 몇 년간 리베이트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강정석 회장 구속을 불러온 데다 실적은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 모든 원인이 리베이트에서 시작된 만큼, 영업 방식 개혁은 원인을 제거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본 셈이다.

◇미래 성장동력 '연구개발' 더 확대 = 동아쏘시오그룹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실적을 통해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동아에스티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265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3% 줄고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57.1% 급감했다.

매출이 줄었지만 판매비와 관리비는 변화가 거의 없었다. 게다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80억원 넘는 금융비용이 더해져 이자만 209억원을 냈다. 그 결과 68억원 순손실이 발생, 1년 전 17억원 순이익에서 적자전환 했다.

동아에스티가 도입약을 늘리는 것으로 단기 처방에 나섰다지만 미래를 이끌어갈 연구개발(R&D)을 미룬 건 아니다. 연구개발비만 해도 올 상반기에 같은 기간 354억원보다 18.9% 늘린 420억원을 썼다. 동아에스티는 현재 전임상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DA-9803)를 비롯해 파킨슨병 치료제(DA-9805),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DA-9801) 등 20여개 신약을 대상으로 해외 임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영업 관행을 전면적으로 개혁해 리베이트 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려 한다"며 "단기 실적 개선과 중장기 신약개발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 위기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