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영향?' 10만원 이상 고액상품권 발행 반토막

8월28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모델들이 추석 상품권을 선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상반기 액면가 10만원권 이상의 고액상품권 발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3·5·10’(식사·선물·경조사비 상한액) 문화가 정착되면서 고액 상품권 수요가 줄었고 이에 따라 유통사들이 공급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머니투데이가 25일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입수한 ‘최근 7년간 상품권 공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조폐공사가 제조해 공급한 상품권은 총 7066만1000장이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2조4881억원 규모다. 이중 액면가 10만원 이상의 고액상품권 공급은 160만5000장으로 전체 물량의 2.3%를 차지했다. 금액으로는 7847억원으로 31.5%에 해당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총 1427만1000장, 1조9247억원어치의 고액상품권이 발행된 것과 비교해 공급량은 11%, 액면가는 4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반면 전체 상품권 발행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3조4475억원) 대비 70% 수준이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상품권 시장도 함께 성장세를 이어왔다. 발행 규모는 △2011년 5조416억원 △2012년 6조2221억원 △2013년 8조6940억원으로 꾸준히 늘다 2013년 정점을 찍었다. 이후 모바일 상품권이 등장하면서 2014년 6조8861억원어치가 발행되며 성장세가 주춤하는 듯 했으나 다시 늘어 2016년 8조903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발행 규모는 역대 최고치다.

특히 고액상품권의 경우 △2011년 3조1316억원 △2012년 3조8855억원 △2013년 5조5989억원 △2014년 4조1554억원 △2015년 5조652억원 △2016년 5조3670억원 등으로 매년 전체 발행 규모의 60% 이상을 차지해 왔다. 그러나 올 상반기엔 31.5%로 비중이 줄었다.


상품권의 전체 발행규모는 파악이 어렵지만 백화점상품권, 주유상품권, 온누리상품권 등 시중에서 유통되는 90% 이상의 상품권이 조폐공사를 통해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액상품권은 대부분 백화점상품권으로 높은 보안 기술이 필요해 주로 조폐공사가 만든다.

조폐공사의 고액상품권 공급량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통사의 제작 수요도 줄었다는 뜻이다. 각 유통사가 상품권 발행 규모 공개를 꺼려 정확한 추정이 어렵지만 지난해 9월 시행된 김영란법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5만원을 초과하는 상품권을 선물로 주고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상품권 판매는 1년 중 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집중된다. 이에 각 유통사에서는 명절 연휴 1~2개월전부터 상품권을 발행한다. 지난 설 연휴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로, 지난해 5조원 넘게 발행된 고액상품권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유통사에서 신규 발행을 줄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고액상품권 발행 감소에는 경기 침체로 위축된 기업과 가계의 소비 심리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청탁금지법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부채 증가로 위축된 가계와 양극화된 기업 부분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그 만큼 여유가 없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다만 ‘김영란법 효과’를 이야기하기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권태환 경실련 간사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상품권 발행 규모가 전년대비 줄었으나 하반기 급증해 지난해 발행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김영란법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되나 효과를 제대로 판단하려면 연말까지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