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새 명소 '운현궁 양관' 시민에게 열릴까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운현궁 양관 전경© News1

서울 종로 삼일대로를 따라 낙원상가를 지나면 오른편 운현궁 기와지붕 너머 솟아오른 이국적인 첨탑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여기가 2017년 서울 한 복판이란 사실을 잊고 홀린 듯 시대를 알 수 없는 풍경을 쫓아가본다. 운현궁 속에 있나 싶어 따라가니 높은 벽이 무뚝뚝하게 막아선다.

드라마 ‘도깨비’를 열심히 본 사람들은 이런 시행착오를 잘 겪지 않는다. 조선의 마지막 왕자 이우를 알고 있다면 더 그렇다.


서울 운니동 운현궁 양관은 소리소문없이 떠오른 서울 도심의 명소다. 939세 불멸의 미청년 김신('도깨비'의 주인공)의 집을 찾는 사람들은 이미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김신의 그림자를 찾아왔다가 이우라는 비운의 인물을 알게 되면 발걸음을 떼기가 더 어렵다.

고종의 손자, 의친왕의 아들인 이우(1912~1945)는 일본의 패망, 조국의 해방을 앞당긴 히로시마 원폭의 버섯구름 속에서 숨졌다. 조선의 왕자는 침략자의 땅 히로시마에서, 일본군 계급장을 달고 광복 9일 전 33년의 짧은 삶을 마쳤다. 조선의 왕족을 모두 의무적으로 군복무시킨 일제의 강압 때문이었다. 죽어서도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기막힌 삶의 그가 운현궁 양관의 주인이었다.

운현궁 양관은 일제 잔재라며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때 있었다. 1912년 일제가 조선 왕족들을 회유할 명분으로 대원군의 손자 이준용(1870~1917)에게 지어줬다. 이준용이 사망하자 이우가 물러받았다. 해방 후 생활고에 시달린 이우의 후손이 덕성학원에 팔아 지금은 덕성여대 종로캠퍼스로 쓰인다.


이런 운현궁 양관이 시민과 좀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서울시는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삼일대로를 '3.1운동 대표가로'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을 천도교중앙대교당, 교동초등학교 등과 대표가로 주요 거점 중 하나로 꾸민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운현궁 양관은 현재 원칙적으로 '관계자 외 출입금지'다. 평소 영내 외부인 출입이 자유롭지 않고 건물 안에는 아예 들어갈 수 없다. 현재 건물 1층은 덕성학원 창학 100주년 기념사업회, 2층은 덕성학원 법인 사무실로 쓰인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운현궁 양관은 역사적 의미가 큰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시민에게 개방돼 가치와 의미를 살리고 함께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덕성학원 쪽은 시민 개방에 고개를 젓는다. 현재 운현궁 양관 일대에는 덕성여대 문화·산업대학원과 운현유치원, 운현초등학교가 들어서 캠퍼스를 이뤘다. 일반인 출입이 공식 허용되면 교육환경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드라마 인기 후에는 외국인 여행객도 늘어나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성학원 관계자는 “수업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 개방은 가능성이 없다”며 “공공목적으로 방문하면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협조하고 있으며 종종 영화·드라마 촬영 목적으로도 허용한다”고 말했다.

찾아보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전면 개방이 어렵다면 특정 행사 때나 이우의 기일 같은 기념일,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는 날 개방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덕성학원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조만간 협의를 요청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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