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투자 알 감디의 자신감, "세계 최고 원가경쟁력 확보"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 서울대 전문경영대학원(MBA) 초청으로 열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의 리더십' 강연회에서 회사 경영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에쓰오일

"울산 잔사유고도화설비(RUC)·올레핀다운스트림설비(ODC)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세계 최고의 운영 효율성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오스만 알 감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2일 서울대 전문경영대학원(MBA) 초청으로 열린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의 리더십' 강연회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이 같이 말했다. 내년 준공을 앞둔 5조원 규모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CEO가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날 알 감디 CEO는 자신이 경영하는 에쓰오일의 신규 프로젝트를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에서의 석유산업 리더십의 사례 자료로 사용했다.

알 감디 CEO는 "석유 시장 침체기인 2015년 5조원 투자 프로젝트를 결정했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굳건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원자력과 LNG 등 신규자원 개발과 셰일오일 혁명 등으로 화석연료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석유업계가 직면한 현재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이다. 이를 원유 찌꺼기를 재활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로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알 감디 CEO의 판단이다.


RUC는 벙커C유 등 잔사유(원유 찌꺼기)를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으로 분리해 고부가 유화제품을 만드는 고도화 시설이며 ODC는 RUC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원료로 폴리프로필렌과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폴리프로필렌은 자동차와 가전제품 내외장재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원료며, 산화프로필렌은 자동차 내장재와 냉장고 단열재 등에 이용하는 폴리우레탄의 원료다.

알 감디 CEO는 연간 LNG 70만톤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부터 직도입해 신규 설비 원가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직도입한 LNG는 RUC·ODC를 가동하는 연료로 사용된다. 기존 석유화학 설비는 벙커C유로 가동됐는데, LNG 사용으로 남는 기존 벙커C유는 RUC에 투입돼 고부가 유화제품 생산 원료로 탈바꿈돼 수익성 제고로 연결되는 구조다.

특히, 에쓰오일이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하던 2015년과 현재는 석유시장 환경이 바뀌어 신규 설비가 뽑아낼 수 있는 수익 규모는 예상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최근 나온다. 알 감디 CEO가 신규설비 사례를 직접 리더십 관련 강의 자료로 사용할 정도로 자신감을 보인 이유가 여기 있다.

2015년 에쓰오일은 설비 가동 후 예상 투자 회수 기간을 6년으로 제시했다. 설비 가동을 통한 연간 수익을 8000억원 가량으로 추정한 셈이었다. 2015년 이전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를 오갔는데 이후 유가는 30달러까지 급락한 뒤 현재는 40~50달러 선을 오가고 있다. 이에 연간 수익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료(잔사유) 가격이 원유가격 대비 가장 낮은 반면 주력제품인 산화프로필렌과 폴리프로필렌 등의 스프레드(원료와 제품가격 차이)가 고점으로 갈 최상의 경우를 가정하면 예상 영업이익은 1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알 감디 CEO는 조직의 유연함이 기업 생존의 열쇠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진정한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이 기업이 현재 직면한 환경을 인식할 수 있게 돕고, 올바른 비전을 세워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공유해 조직 구성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