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접대문화가 바뀌었다…'N분의 1' 정착중

청탁금지법(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법률)이 오는 28일 시행 1주년을 맞는다. 그 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부당한 청탁이나 과도한 접대가 줄면서 청렴도를 높이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는 계기도 됐다.


그러나 적용범위를 둘러싼 논란과 여전히 명쾌하지 않은 유권해석 등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게다가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10만원) 규정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 속에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권익위를 통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접수 건수는 모두 395건으로 집계됐다. 접수된 신고를 유형별로 보면 금품수수가 203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청탁과 외부강의가 각각 173건, 1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탁금지법 주무부처인 권익위에 접수된 신고건수라 전체 2만3000여개 공공기관에 접수된 신고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권익위는 오는 27일 전체 신고접수 공식 집계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법 시행 이후 올 8월말까지 111명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재판에 넘겨진 7명 중 3명은 구속됐다. 불구속 기소된 사람은 2명이었다. 나머지 2명은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됐다. 71명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다. 25명에 대해선 각각 무혐의(3명)와 각하(22명) 등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를 바꿔놓은 사례는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사회학회가 성인 15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가운데 9명꼴(89.5%)로 청탁금지법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반면 효과가 별로 없거나 전혀 없었다고 답한 사람은 10.5%에 그쳤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2.9%)은 법 시행 이후 직무관련 부탁이 줄었다고 답했고 55.4%는 선물 교환이 줄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홍보실장은 "국민 인식조사에서 전반적으로 청탁금지법 시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청탁금지법은 과거 한턱내기 위주의 회식문화에도 영향을 미쳐 '각자내기(더치페이' 방식으로 바꿔놨다. 응답자 5명 중 2명꼴로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보다 식사 후 각자비용을 치르는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청탁금지법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3만6947명과 교직원 1만810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학부모 87%가 청탁금지법이 교육현장에 잘 정착하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교직원의 95%도 청탁금지법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임동균 서울시립대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전반적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고 많은 사람이 이 법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관습과 문화적 측면에서 변화를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식비(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상한액을 정한 이른바 '3·5·10룰'이 대표적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이같은 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며 식비와 선물 가액은 각각 10만원으로 현실화하고 경조사비는 과거 공무원행동강령이 정한 대로 5만원으로 돌려놓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국무총리실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 영향 분석'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대로 오는 11월쯤 대국민보고를 열어 개정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정청탁 개념이 광범위하거나 모호해 명확하게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채용이나 승진, 전보 등 공직자 등의 인사에 대해 '법률을 위반해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라는 조항은 뜻이 불분명하다"며 "'법령을 위반해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라는 식으로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계영 서울대 법대 교수는 "청탁금지법은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권을 위반자의 소속기관장에게 주고 있고 과태료 통보도 기관장이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 집행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청탁금지법 총괄기관인 권익위에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조사권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익위는 오는 26일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지난 1년 간의 위반사례 등 법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현황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