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독일 노동개혁 후 실업률 하락, 소득격차 확대”

피터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이 2015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한국무역협회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독일이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은 많이 줄었지만 근로자간 소득격차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이 노동개혁의 성공 사례로 거론되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독일 노동시장의 개선 현황 및 현안 과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독일 실업률은 4.1%로 유로지역 평균(10.0%)보다 5.9%포인트 낮았다. 프랑스(10.1%), 이탈리아(11.7%) 등 주변국과 비교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2003~2005년 하르츠 개혁 시기 10%를 웃돌았던 독일 실업률은 2010년 7.1%, 2016년 4.1%로 점차 하락했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실업률이 많이 증가했던 다른 유럽 국가와 차별화된 현상이다.

이는 독일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노동개혁을 추진한 결과다. 당시 독일은 단계적으로 실업급여 수급기간을 32개월에서 18개월로 축소하고 실수령액을 하향 조정했다. 고용지원센터는 실업자의 학력, 경력 등으로 세분화해서 지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하르츠 개혁이 독일 실업률을 기조적으로 3% 내외 하락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독일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경기불황시 정리해고 대신 노사간 협상을 통해 조업단축제도를 활용했다. 2009년 독일 정부는 임금감소분 지원 기간을 6개월에서 24개월로 늘리고,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를 50% 지원하는 경기활성화 대책을 추진했다.

조업단축제가 성과를 나타내자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숙련노동자의 이탈도 방지했다는 평가다. 2008~2009년 유로지역 숙련노동자는 2.3%포인트 감소했으나 독일은 이보다 적은 0.6% 감소에 그쳤다.

이처럼 독일의 고용시장 양적지표는 개선됐지만 임금, 소득분배 등 질적지표는 다소 악화됐다.

가처분소득이 중위값의 60% 이하인 근로빈곤층 비중은 2005년 4.8%에서 2015년 9.6%로 두 배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프랑스(6.1%→7.5%), 영국(8.1%→8.2%) 등의 증가율을 대폭 웃돈다.

저임금 서비스업 근로자가 늘면서 계층, 지역간 소득격차도 심화됐다. 2001년 25였던 독일의 지니계수는 2015년 30으로 증가했다. 독일 정부는 소득분배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2015년 1월 최저임금제를 도입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8.84유로(약 1만2000원)이다.

2010년 이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남유럽 이민자와 시리아 난민이 유입된 점도 독일의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수출 비중이 37%로 독일(38.0%)과 비슷한 수출‧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여서 노동시장의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앞으로 독일 정부의 노동시장 대응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우리나라 적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특히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분야에 대한 투자 강화, 취약계층의 소득개선, 이민노동력 활용도 제고 방안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