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방미가 남긴 '3절(절감·절실·단절)'

【뉴욕(미국)=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새클러윙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21.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으로 출발한 18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 대통령 전세기에 동승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참석키로 한 '평창의 밤'(현지시간 20일) 주관 부서가 문체부다. 도 장관은 현지 언론 간담회도 예고했다. 그러나 뉴욕에 등장한 이는 노태강 문체부 제2차관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표결에 대비, 도 장관은 국내에 머물렀다.

문 대통령이 3박5일 미국 뉴욕 일정을 마치면서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셋을 확인했다. 도 장관 사례서 보듯 국내현안이 정리되지 않으면 외교에 전념하기 힘들다는 게 첫째다.

◇숙제의 무게 ‘절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칫 표 부족으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이 재연될까 소속 의원들의 행선지를 단속했다. 도 장관뿐만 아니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다른 장관 겸직 의원들의 발도 묶였다. 순방 수행단은 문 대통령 일정을 보좌하면서도 수시로 국내 상황을 체크했다. 문 대통령 뉴욕행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던, 국내에 남긴 숙제가 컸다.

무엇보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넥타이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셔츠를 각각 녹색 계열로 고른 게 국민의당을 향한 구애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조차 한국시간 21일을 앞둔 현지시간 20일 줄곧 청록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수행단에 포함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넥타이까지 그런 의미 부여가 되겠느냐"고 선을 그었지만 핵심인사들이 저마다 온몸으로 녹색을 표현한 게 우연의 일치는 아닌 걸로 보인다.

【뉴욕(미국)=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7.09.21. [email protected]

◇'북핵' 국제사회 호응 ‘절실’ =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에 북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메아리가 있어야 한다는 게 두번째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유엔본부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관련 '평화적 분쟁관리' 원칙을 호소했다. 24일까지 확인한 현실은 냉정한 편이다. 미국과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말폭탄'을 주고받더니 군사적 긴장도 높아졌다. 22일 북한과 미국 각각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움직임을 보였다. 북한이 두려워한다는 미 B-1B 랜서 전략폭격기도 23일 출격했다.

B-1B는 괌 공군기지에서 출격, 북한 동해쪽 국제 공역을 비행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이는 "21세기 들어 북한으로 날아간 미국의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휴전선(DMZ) 북쪽으로 가장 멀리 간 것"이다. 문 대통령 유엔연설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누그러지지 않은 셈이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전폭기 출격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군 전략자산의 순환배치를 약속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안보 치중…경제논의 ‘단절’? =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에 묶여 중요 경제 사안은 깊이 다루지 못한 게 세 번째 현실이다. 문 대통령은 뉴욕서 미 금융·경제인들과 만나 "한국에 투자하라"고 역설했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선 대부분을 군사안보 문제에 할애했다. "최첨단 군사자산" "미국 전략자산" "사드" 등 대화의 키워드는 마치 군사회담을 보는 듯했다. 지난 6월 워싱턴DC에서 가진 문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두고 양국 참석자들이 논쟁에 가까운 대화를 나눈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 문제가 부각될수록 경제와 민생 관련 주요 국정 아젠다에 집중할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22일 귀국길 전세기 기내 간담회에서 "이런 식으로 도발하고, 그럼 더 제재하고 이런 것이 계속 이어져서는 안되겠고 하루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뉴욕(미국)=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롯데 팰리스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7.09.22.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