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악재에도 승승장구…中서 질주하는 화장품 ODM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장기화되고 있지만 국내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업계의 중국 현지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중국 현지 고객사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여 온데다 제품 개발·생산을 넘어 브랜드 컨설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가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화장품 ODM 업체들을 자국 화장품 산업 성장에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올해 2분기 중국 2개 법인(코스맥스차이나·코스맥스광저우)에서 각각 922억원, 1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대비 28%, 43% 성장한 수치다. 올 상반기 중국 매출은 1825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증권업계는 올 3분기에도 코스맥스의 중국 매출이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콜마의 중국 법인 북경콜마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2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0억원 대비 25% 증가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지난해(521억원)보다 25% 증가한 650억원이다. 현재 장쑤성 우시에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중국 제2공장 건립에 한창이다. 내년 하반기에 우시 공장 가동이 본격화되면 중국 생산량은 최대 5억200만개로 늘어난다.

코스메카코리아도 중국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2분기에만 지난해 상반기 매출에 달하는 84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중국 매출액은 1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 쑤저우 제1공장에 이어 올해 4월 포산 제2공장 가동을 본격화한 것이 매출을 늘렸다. 코스메카는 내년 8월 완공을 목표로 저장성 핑후 지역에 3공장을 건립 중이다.

사드 여파로 국내 기업들이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화장품 ODM업체들의 중국 사업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현지 고객사 비중이 높아서다. 이들 업체들이 중국 공장에서 개발·생산하는 제품의 80~90%는 현지 기업으로부터 주문 받은 것이다.


코스메카코리아의 현지 고객사 비중도 약 80% 정도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쑤저우 공장에서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주문량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올해 2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생산이 활발해지고 매출도 증가했다"며 "현지 고객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등 중국 사업 성장 및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80% 수준이던 현지 고객사 비중이 최근 90% 이상으로 늘었다"며 "중국 기업 뿐 아니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내에 현지 전자 상거래 거래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코스맥스는 제품 개발과 생산을 넘어 국내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OBM(브랜드개발생산) 사업'을 중국 현지에서도 확대하고 있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제품 기획부터 생산 및 납품까지 '올어라운드' 서비스를 진행해 현지 고객사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브랜드 개발 및 시장 컨설팅 업무도 제공하면서 현지 브랜드사들은 오로지 판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롯데 등 일부 한국 기업에 압박을 가하면서도 자국 기업에 도움이 되는 산업에는 사드 보복을 하지 않는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화장품 제조 기술과 품질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며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 중국 로컬 브랜드들도 자국 ODM 업체보다 제품력이 우수한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