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하이투자증권 인수…변수는 오너리스크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DGB금융그룹의 하이투자증권 인수 계획이 안갯속이다.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중공업의 러브콜로 인수 작업에 뛰어들었지만 비자금 조성 의혹이 터지면서 변수가 생겼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하이투자증권 인수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이투자증권 실사를 마친 DGB금융은 다음달 중으로 금융당국을 방문해 인수 의사, 계획 등을 전달하고 박인규 DGB 회장 겸 대구은행장 등 경영진과 직원들이 경찰에 입건된 것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의중도 함께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이 조심스러운 이유는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는 1년간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제한한다'라는 규정 때문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원이 위법 부당행위의 주된 관련자이거나 다수의 임원이 위법·부당행위에 관련된 경우 금융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을 수 있다.

만약 경찰 조사 결과 박인규 DGB금융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DGB금융은 기관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무산되는 것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은 금융실명법 등을 위반한 행위여서 하이투자증권뿐만 아니라 향후 증권사 인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회장에 대한 경찰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 박 회장을 비롯해 마케팅부서, 사회공헌부, 비서실 등에서 일하는 직원 5명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형사입건했다. 같은 날 경찰은 대구은행 제2본점 행장실과 부속실, 박 회장의 자택 등 12곳을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확보하는 등 조사를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조만간 박 회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무산되면 2020년까지 지방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도 차질이 생긴다. DGB금융은 지난해 DGB자산운용(전 LS자산운용)을 인수하고 올해 대구은행 창립 50주년을 맞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할 구상을 세웠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을 DGB금융이 인수하기를 원하고 있고 DGB금융도 인수 의지가 있었는데 오너 리스크가 터지면서 변수가 생겼다"며 "경찰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도 금융당국의 제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그 전에 DGB금융이 인수를 시도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