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신빅뱅' 일어나나…스프린트-T모바일 합병 가시권

미국 이동통신시장 3위인 T모바일US와 4위 스프린트가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다. T모바일US 모회사 도이체텔레콤과 스프린트 모회사 소프트뱅크가 출자 비율 등을 조율 중이다. /AFPBBNews=뉴스1

미국 통신 시장의 '빅뱅'이 임박했다. 미국 이동통신업계 3위 'T모바일US'와 4위 '스프린트'의 합병이 가시권에 접어들면서 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스프린트 모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가 T모바일US 최대 주주 도이체텔레콤과 현재 시장가치 기준 주식교환 방식 합병에 찬성했다고 보도했다.

스프린트 주가는 지난 22일 종가 기준 주당 8.52달러로, 시가총액이 340억 달러(약 38조57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가치로 양사가 합병되면 소프트뱅크는 새로운 합병 회사 지분 33%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T모바일US 지분 64%를 보유한 도이체텔레콤은 합병 회사 지분 39%를 배당받게 된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와 도이체텔레콤이 아직 정확한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도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의 현재 가치를 인정받는 수준에서 합병에 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양측의 합병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새 통합회사의 경영권이나 출자 비율에서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나 존 레저 T모바일US CEO(최고경영자) 모두 새로이 설립되는 합병회사의 경영권을 손에 넣고 싶어 한다"면서 "손 회장이 도이체텔레콤에 새 회사 지분 절반 이상을 넘길지는 미지수다"고 전했다.

협상의 관건은 합병 과정에서 도이체텔레콤이 스프린트의 시장가치를 얼마까지 인정할 지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시장가격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도이체텔레콤은 과평가됐다고 주장한다. 또 합병 결정 이후 어느 쪽이 새로운 회사 주식을 발행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도 "도이체텔레콤이 현재 소프트뱅크 지분을 30% 이하로 줄이도록 압박하고 있다"면서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의 현재 가치보다 낮은 거래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이 출자 비율을 서로 조율하면 이후 자산평가가 진행되며, 공식 발표는 다음 달 말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스프린트와 T모바일US의 합병을 2013년부터 추진했으나, 2014년 미국 통신 당국이 독과점을 우려해 제동을 걸면서 합의가 중단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합병 시도가 활기를 띠게 됐다.

스프린트와 T모바일US가 합병하면 991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업계 2위 AT&T를 넘어 단숨에 1위 버라이즌(1억1390만 명)을 위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