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놓칠라'..유럽 정부 은행주 처분에 주식매각 급증

유럽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보유하게 됐던 은행주를 매물로 내놓으며 올해 유럽 상장사 주식 매각이 급증했다. 유럽 증시가 랠리를 이어가며 민영화를 위한 지분매각에 양호한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정부들이 유럽 증시 랠리를 활용해 보유 중이던 은행주 매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로인해 올해 유럽 주식 매각규모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정위기 후 최대로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유럽 상장기업들의 주식 매각 규모는 1375억 달러(약 155조4000억원)로, 지난해 전체 매각량을 웃돈다.

주식 매각을 주도한 건 정부다. 유럽 각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달아 닥친 유로존 위기로 자국 대형은행들이 부실화되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대형은행 지분을 정부가 소유하게 됐다.

이후 수년간 이들 은행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단행했다. 이들 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실적을 개선하자 정부도 민영화에 착수했다. 여기에 최근 유로존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된 데다 시장 심리까지 개선되자 지분 매각이 빨라진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가 이번 달 ABN암로 지분 15억 유로 어치를 추가 매각하며 정부 지분율을 63%에서 56%로 줄인 게 대표적이다. ABN암로는 한때 유럽 최대 은행이었으나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2008년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구조조정을 수년간 단행한 끝에 정부는 2015년 23%의 지분을 기업공개(IPO)로 처분했고, 올해만 두번에 걸쳐 지분을 매각했다. ABN암로의 주가가 올해 10% 이상 뛰며 지분 매각 계획이 수월해지면서다.


아일랜드 정부도 올 6월 얼라이드아이리쉬뱅크(AIB)의 지분 25%를 30억 유로에 처분했다. AIB는 금융위기 전 아일랜드 2위 민영은행이었으나, 주택담보대출 부실화로 21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지원 받았다.

벨기에 정부 역시 BNP파리바 지분을 축소했다. 벨기에 정부는 2008년 자국 포르티스 은행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신 포르티스 지분을 프랑스 BNP파리바 금융그룹에 넘기고 이 은행의 주식을 교환해 받는 방식으로 BNP파리바의 주요 주주가 됐다. 스페인 정부가 유럽연합(EU) 구제금융을 받도록 밀어 넣었던 방키아 지분 매각도 올해 중 이뤄질 예정이다.

이는 올 유럽 증시가 글로벌 증시 랠리에 동참하며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기 양호한 환경이 조성된 영향이다. 범유럽 증시인 유로 스톡스 50은 올해 7.6% 뛰었다. 뉴욕증시 S&P500의 상승률 11.8%엔 뒤처졌지만, 유로존 경기 회복과 함께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영국 주식중개 업체 올리브트리는 올해 남은 기간에도 주식 매각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올리버트리는 "앞으로 수주 간 거시 경제 관련 이슈가 상대적으로 잠잠하다"며 "프랑스 정부가 보유한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가 다음 지분 매각 후보로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달 초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의 정부 보유 지분 4.5%를 약 15억 유로에 매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