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물량지수 10개월째 상승…반도체·자동차 수출 호조

부산항 북항 감만부두의 모습. 2017.08.23. /사진=뉴시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출물량 증가세가 10개월째 이어졌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부진했던 자동차 수출도 미국, EU(유럽연합) 시장에서 선전하며 수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8월 수출물량지수는 142.29(2010년 100 기준)로 전년동월대비 8.5%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오른 것이다.


수출물량지수 상승률은 올해 2월 9.9%를 기록한 뒤 4월 4.5%, 7월 0.1%로 다소 둔화됐으나 8월 다시 확대됐다. 8월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수출물량지수의 상승을 이끈 것은 전기 및 전자기기였다. 품목별로 제1차 금속제품(-0.1%), 농림수산품(-12.2%) 등이 감소했으나 전기 및 전자기기(6.6%), 수송장비(15%), 석탄 및 석유제품(12%), 정밀기기(19.8%) 등 대부분의 품목이 증가했다.

반도체, 컴퓨터 기억장치(SSD) 등을 중심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 수출 물량 상승세가 뚜렷했다. 5월(-1.4%), 6월(-2.1%), 7월(0.3%) 등 최근 부진했던 수송장비(자동차) 수출도 크게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사드 여파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했으나 8월 미국, EU 등 여타 지역으로의 완성차 수출이 늘어나며 중국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자동차업체 파업에 따른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8월 수출금액지수는 124.15로 전년동월대비 17.9% 상승했다. 역시 지난 2월(22.2%)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전기 및 전자기기(21.8%), 화학제품(14.8%), 석탄 및 석유제품(36.2%), 일반기계(15.5%) 등 대부분 품목의 수출금액이 동반 상승했다. 반면 농림수산품은 6.5% 감소했다.

/자료=한국은행

수입물량지수는 135.82, 수입금액지수는 114.70으로 전년동월대비 각각 8.8%, 15.8% 상승했다. 수입물량지수도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상승세를 유지했다.

수입물량을 품목별로 보면 전기 및 전자기기(18%), 광산품(9.7%), 일반기계(19.2%), 정밀기기(13.5%) 등은 증가했으나 섬유 및 가죽제품(-1.3%), 수송장비(-5.0%), 석탄 및 석유제품(-13.2%) 등은 감소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던 일반기계와 정밀기기 수입은 8월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연초부터 이어져 온 기업 설비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수입금액은 섬유 및 가죽제품이 2.8% 감소했으나 전기 및 전자기기(15.2%), 광산품(38.3%) 등이 증가해 상승세를 이어갔다.

교역조건은 개선흐름을 이어갔다. 수출상품 한 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의미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3.32로 전년동월대비 2.0% 상승했다.

시차적용 수출입물가지수(통관시점)에 따른 수출가격(8.6%)이 수입가격(6.4%)보다 더 크게 오른 영향이다.

순상품교역지수와 수출물량지수가 모두 상승하면서 순상품교역지수에 수출물량지수를 반영한 소득교역조건지수는 147.01로 전년동월대비 10.8% 상승했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것이다. 상승률은 2015년 10월(14.6%) 이후로 1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