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해고 논란' 2대지침 1년8개월만 공식 폐기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정부가 근로계약 해지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가능하게 한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인 ‘2대 지침’을 공식 폐기했다. 지난해 1월 발표 직후부터 노동계가 선점한 ‘쉬운해고’ 프레임(Frame·틀) 때문에 고전하다가 1년 8개월 만에 완전히 사라진 것. 일각에서는 노사정 대타협 파기의 주원인이었던 2대 지침이 폐기되면서 노사정 채널 복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논란 끝 1년8개월만에 '원상복귀'=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전국기관장회의를 열고 “오늘부로 2대 지침을 폐기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대 지침은 마련 과정부터 필요성과 내용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서둘러 발표해 노정 갈등을 초래했다”고 폐기 이유를 설명했다.

이로써 2대 지침은 지난해 1월 도입 이후 1년 8개월간 사회적 갈등만 증폭한 채 사라지게 됐다. 2대 지침은 저(低)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공정인사 지침’과, 사업주가 노동자에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전제로 근로자 대표나 노조의 동의를 생략할 수 있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2대 지침은 도입부터 갈등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2015년 12월 30일 기초안을 공개한 뒤 노사정 협의를 통해 최종안을 마련할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노총이 논의 자체를 거부하자 지난해 1월 22일 정부 주도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당시 정부가 2대 지침 도입을 서두른 것은 노동개혁 좌초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제법 등 노동 4법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법개정 없이 2대 지침을 우선적으로 적용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노동개혁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발은 정부 예상보다 강력했다. 공정인사 지침은 쉬운해고 논란과 직결됐고, 취업규칙 지침은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 강행 도입 논란으로 연결돼 파장이 컸다. 정부는 초기 노동계와의 프레임 싸움에서 수세적으로 대응, 논란을 자초하는 실수도 범했다.

◇노사정 정상화 물꼬 틀까=전문가들은 2대 지침 폐기로 노사정 채널 복원 가능성에 주목한다. 노동계가 노상정 대타협을 파기할 수 있는 명분을 줬던 2대 지침이 폐기된 만큼 노동계의 입장 선회가 기대된다는 관측이다.

정부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영주 장관은 2대 지침 폐기를 선언하면서 “새 정부 핵심기조인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한 사회적 대화 복원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장 노사정 관계의 경색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2대 지침은 행정지침이라는 점에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는 상징성이 강하지 법적 구속력은 인정받지 못했다. 뒤집어 살펴보면 물리적 구속력 만큼 분쟁을 촉발한 측면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254개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은 상당수가 실제 2대 지침에 근거해 노사합의 없이 근로조건 개정에 나서 수십건의 민·형사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과 한노총 양대 노총은 국제노동기구(ILO)에 2대 지침 문제를 제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2대 지침 폐기로 다양한 갈등을 물밑에서 봉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노동계는 2대 지침 폐기와 별도로 당장 사회적 대화 복귀를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2대 지침 폐기는 노정 간 신뢰회복과 노동존중 사회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고 당연한 일로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사회적 대화 복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권 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 변화를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2대 지침 폐기를 계기로 사회적 대화 채널 복원을 위한 노사정 모두의 노력과 이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