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해고 양대지침 폐기에 재계 "親노동 편향, 고용유연성 위축 우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기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고용노동부가 25일 쉬운 해고와 취업 규칙 변경을 완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양대지침 폐기를 공식 선언한 데 대해, 재계는 정부 노동 정책 기조가 '친(親)노동' 일방으로 쏠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 두 규칙이 일반 사기업에서 실제 적용됐던 사례는 없었으나, 앞으로의 정부 노동 정책 기조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 변곡점이라는 것이다.

양대 지침은 박근혜 정부 노동 개혁의 핵심인 '공정 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으로 1년 8개월 만에 폐기됐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함께 폐기를 강력 건의해 온 사안이다. 경제계는 공식 논평은 자제하면서도 "정부가 노사 양측 입장을 균형 있게 듣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한 재계 단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는 두 지침은 '사문화' 됐었는데 선거 국면에서 공약도 나오고 정권 교체로 새 정부도 출범하면서 '공식 사망선고'를 받게 된 셈"이라며 "양대 지침이 추구한 방향성은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는데 추진 과정에서 노사정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노사정 간에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하며, 그게 바로 '노동 개혁'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친노동 정책 기조로 고용 유연성 위축이 가중돼, 중장기적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간 해당 지침들로 인한 일선 기업 현장의 큰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대규모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저성과자 대응 등과 관련해 기업 측 고용·노무 등이 지나치게 경직되진 않을지 일부 우려가 존재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공식 논평은 내놓지 않았으나 "정부 지침과 별도로 연공급형 임금체계(호봉제)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기업들 또한 직무와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 마련을 위해 지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이른바 '적폐'로 몰리면서, 정책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이번 양대 지침 폐기에 대해 "정책 일관성 미흡으로 인해 기업 현장에서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노사정 협의 채널이 구축돼 노동 시장을 위한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양대 지침 폐기와 관련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노동 적폐 청산과 비정상적 노동정책의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평가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